올해 들어 9개 상장 폐지…ETF 활황에도 좀비 상품 꾸준히 등장
점유율 경쟁에 차별성 부재…유사성에 ETF 이해도↓
중소형사 폐지 빈도 多…시장 환경 개선 요구 목소리 봇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80조원 시대를 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좀비 ETF’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시장 환경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상장 폐지된 ETF는 9개다. 올해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점, 지난해 1분기 상장 폐지된 ETF가 전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많은 수준이다.
ETF 시장의 활황에도 상장폐지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5년 동안 상장폐지 ETF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29개, 25개로 20개를 넘었으나 2022년 6개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23년 다시 증가해 14개를, 지난해에는 무려 51개를 기록했다.
이는 일정 기준에 미달한 ETF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상장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ETF는 순자산이 50억원 미만일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데 다음 반기 말까지 순자산이 50억원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부진한 ETF들이 나타나는 배경으로는 ‘운용사의 과도한 점유율 경쟁’과 ‘테마형 상품의 속출’이 거론된다. 국내 ETF 시장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운용사들의 치열해지면서 차별성 없는 ETF가 대거 출시되고 있다.
차별성이 부재한 선택지가 과하게 많은 탓에 개별 ETF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 특정 상품을 선별하기 어려워 외면을 받는 ETF가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때 ETF가 상장 폐지돼도 투자자들은 금전적 손실을 입지 않는다. 운용사들이 ETF에 편입된 주식 및 채권을 매도해 현금화한 뒤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일까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차감한 해지 상환금이 추후 지급되기에 투자금이 묶이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투자자들의 불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하던 ETF의 해지 상환금이 지급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ETF를 매수한 투자자는 예상치 못한 상장폐지로 투자 계획이 틀어져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좀비 ETF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ETF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별성이 부재한 ETF가 과하게 많은 탓에 개별 상품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중소형 운용사의 ETF 상장 폐지 빈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ETF 시장 점유율을 35% 이상 차지하고 있는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이 특정 테마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면 중소형사들이 이를 따라잡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장에 새로운 ETF가 연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형사에 대적할 중소형사의 신상품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투자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품들은 결국 시장에 잊혀져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