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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역겹다고 강제 폐쇄? 나꼼수 생각해봐


입력 2013.05.27 10:52 수정 2013.05.27 15:45        조소영 기자

"도 넘었다" 민주당 일각 폐지요구에 '표현의 자유' 논란

새누리당 하태경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냐"

“극약처방을 하지 않으면 안될 수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무기삼아 도를 넘었다.”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인 신경민 의원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에 남긴 말이다. 현재 ‘일베’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과 비하 및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글 및 사진을 게재했고, 종편은 5.18당시 북측이 개입했다는 왜곡보도로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태다.

현재 민주당이 내놓은 ‘극약처방’은 “일베에 대해선 폐지 가처분 신청 방안을 검토하고, 종편에는 왜곡방송을 한 프로그램을 폐지토록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 ‘표현의 자유’ 문제가 터졌다. 1차적인 잘못은 일베와 종편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결책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 폐지와 프로그램 존폐를 특히 당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비슷한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는 홍성담 화백이 그린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와 대학강사인 박정수 씨의 ‘쥐그림’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모두 지금과는 반대로 ‘여권의 지도자’들을 비판한 그림이다.

홍 화백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선글라스를 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출산하는 모습을 그렸고, 박씨는 2010년 서울 을지로 일대에 붙여진 G20 홍보 포스터 22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빗댄 ‘쥐그림’을 그렸다. 박씨는 이로 인해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기도 했다.

이때 야권은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하고, 그에 따라 각종 처벌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일베의 야권 지도자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지나침이 있지만, ‘벌금형’을 비난했던 야권이 ‘존폐’를 언급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다소 결은 다르지만, 민주당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응원’ 사진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와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 일각에서 ‘나꼼수’를 비판하거나 야권성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용자인 소설가 공지영 씨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당시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정봉주 석방 촉구 신년음악회’에 참석했다.

종편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해당 문제에 대해 ‘TV조선’과는 면담을 진행했으며 ‘채널A’에서는 민주당의 조치에 앞서 ‘채널A’ 1기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성토의 목소리를 내 각각 사과방송을 한 만큼 일단락이 지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프로그램 존폐 문제는 방송국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민주당이 더 나아가다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를 물밑 지원한데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보수 성향의 일베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의자·양말·점퍼 가격 등을 공개하며 그의 ‘서민 이미지’를 하락시킨 바 있다. 이외에도 일베는 대선 당시 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박 후보를 지원했고, 선거 이후에는 곳곳에서 이른바 ‘일베의 활약’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과 비하 및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글 및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베저장소' 홈 페이지 인터넷 화면 캡처.

새누리당 하태경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냐"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일베’를 잡겠다는 생각에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서고 싶다면 사회통합을 위한 포용의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권력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각인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과거 ‘표현의 자유’라고 지적했던 일들을 예시로 제시하면서 “국민은 민주당의 이념이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내 맘대로 헌법을 해석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민주당이 일베의 일부 회원 글을 갖고 조직적으로 음모를 꾸몄다는 둥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운영을 금지시키겠다는 둥의 말을 하다니 아연실색”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신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일베’에 대해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하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최소한의 악(惡)’(최소한의 규제)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문제 삼지 않으니 판례와 법률을 참고하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 야권인사들의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민주당의 월권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누구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강제수단이 없는 만큼 상대편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게 할 뿐”이라며 ‘종편 출연금지’에 대해서도 “너무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 또한 24일 트위터에 “허위사실 유포, 인종학살 부인, 하드코어 포르노 등 민주주의 나라에서도 처벌되는 표현이 있다”면서도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선 “지금 당장 일베의 폐쇄를 논하기는 이르고, 운영자와 게시글을 올린 사람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고, 악성 게시물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경고나 삭제 조치 등을 한 뒤 이것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폐쇄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처벌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이에 대한 틀을 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다만 야권 안팎으로는 역사왜곡과 야권 지도자에 대한 도를 넘은 부정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베야한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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