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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A양' 성추행 기사 제목이 아니예요


입력 2014.04.07 12:19 수정 2014.04.07 13:25        김명신 기자

10대들 현실적 고민 그려낸 드라마 스페셜 호평

극찬 속 여주인공 자극 대사만 집중돼 '씁쓸'

입시에 찌든 중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꼽은 드라마 스페셜 ‘중학생 A양’이 때아닌 10대들의 성추행과 노골적 대사에만 집중되며 얼룩지고 있다.

'중학생 A양'은 분명 중학생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불편한 사회 현실을 담고자 했고 그렇게 녹여냈다. 하지만 방송 직 후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이열음의 노골적 대사와 자극적 장면만 캡처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제 10대 청소년들의 고민 이야기를 성인들의 잣대로 퇴폐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입시에 찌든 중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꼽은 드라마 스페셜 ‘중학생 A양’이 때아닌 10대들의 성추행과 노골적 대사에만 집중되며 얼룩지고 있다. 중학생 A양 이열음 곽동연. ⓒ 방송캡처

6일 방송된 KBS2 드라마스페셜 '중학생 A양'(극본 김현정_연출 백상훈)은 입시에 찌든 중학생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은서(이열음)는 서울 강남 대치동 명문 중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하무인인 성격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강북 수재 이해준(곽동연)이 전학을 오면서 골치가 아파졌다. 전교 2등으로 밀려난 것. 만년 2등 정나연(이한나)은 조은서에게 이해준을 공격할 은밀한 제안을 하고 이를 받아들인 조은서는 이해준을 위기에 빠트린다.

은서는 해준과 양호실에 단 둘이 있게 되자 "열이 있는 것 같냐"고 하며 해준과 자연스레 스킨십을 유도했고 이어 "만져보고 싶어?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며 해준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는 도발적인 행동을 했다. 해준이 조은서의 가슴을 만지는 사진이 찍히게 되고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면서 아이들의 공격을 받는다. 성추행 범인으로 몰리게 된 셈이다.

그렇게 조은서는 다시 1등을 차지하지만 이 성추행 사건이 꾸며진 연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은서 역시 메신저를 통해 아이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10대들의 고민,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사회적 문제인 SNS 소통과 노출, 공격 등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학교 폭력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자 아이들은 메신저나 문자를 통해 폭언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며 공격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극중 이해준이 성범죄자로 낙인돼 메신저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모습 역시 10대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의도와는 달리, 극중 “가슴 만져볼래?” 등 ‘성추행’ 관련 대사에만 집중하는 모양새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분명 이 드라마는 무조건 좋은 성적이 나와야만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착각을 대변하고, 그 안에서 현재 10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성(性)적’이 아니라 ‘성적’ 임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앞다퉈 이제 10대인 청소년 배우들을 향해 ‘이열음 노출‘ ’이열음 만져볼래‘ 등 자극적인 보도들만 양산하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지금의 문제와 그 문제를 바라 본 어른들의 입장을 묻고 있다. 그리고 10대들의 현실적이지 못한 고민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닌, 실제 고민 이유를 들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중학생 A양'은 사회부 성폭행이나 성추행 기사의 헤드라인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빠진 ‘중학생’을 대변하고 있고, 그들을 대표하는 제목이다. 우리가, 아니 어른들이 한 번쯤은 자각해 봐야 할 현실적 문제를 담아낸 작품의 결과가 ‘A양의 노출’로 화제가 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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