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바라기' 아모레퍼시픽, 다변화도 필요하다
[기자의 눈]중국 성장세 이외 대부분 지역 적자...프랑스 등 선진시장에서도 실력 입증해야
지난주 아모레퍼시픽의 협조로 중국 상하이와 홍콩의 케이(K)뷰티 현장을 직접 목격할 기회를 가졌다. 홍콩과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인기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화장품이 유럽과 미국 화장품보다 아시안 피부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인지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제품 구매에 주저함이 없었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진출해 격전을 펼치는 홍콩 하버시티에서 설화수의 매출이 3위권이라는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마몽드는 이미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을 앞질렀고, 기존 상하이에 있던 뷰티사업장은 중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12년 만에 공장 규모를 10배나 키워 새로 준공식을 가졌다.
13억 중국 인구 중 아직 1억명 정도만 화장품을 바르고 있다니,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앞으로 중국 시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급성장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마냥 폭죽을 터트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장 먼저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품질 뿐 아니라 한류의 영향, 중국인들의 반일감정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아모레퍼시픽은 운이 좋아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류의 열기는 언제든지 식을 수 있고,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버리고 미국이나 프랑스 화장품으로 갈아탈 수 도 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는 라메르,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선진시장 브랜드들이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설립한 해외법인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상하이 법인이 거의 유일하다. 설화수가 아무리 태국 상류층인 '하이쏘'들에게 인기가 있어도 태국법인은 적자이며 몇 년 전 인수한 프랑스 명품 향수브랜드 아닉구딸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본산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 아직 스킨케어 브랜드를 진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과거 민감성 화장품인 '순정'을 가지고 프랑스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높은 벽만 실감한 채 철수한 경험이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프랑스에 진출 못할 이유는 없지만 유럽은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어서 현재는 향수를 잘 팔아보려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프랑스 진출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청담동에 비싼 임대료를 내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는 것이 단지 매출을 올리려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진출의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절대 이 시장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최고급 라인인 '아모레퍼시픽'을 일본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다. 서 회장은 일본 백화점들의 마이너스 성장을 철수 배경으로 들었지만, 일본에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높은 벽과 일본인들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도 한 몫 했을 거라 짐작 된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의 현 성장을 이끄는 것은 중국 시장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만약 중국인들에게 반한 감정이라도 생긴다면 돌아서는 것도 한 순간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서구와 다른 미를 창출하는 '아시안 뷰티'를 지향한다면 시장의 다변화 및 선진시장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도 필수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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