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OLED 승부수 통할까
더디기만 한 OLED 시장 확대 위해 칼 빼들어
원가 경쟁력 확보로 규모의 경제 실현 관건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집중 육성을 선언,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가격과 수요 등 시장 변수가 많아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19일 LG디스플레이가 대형부터 중소형까지 OLED를 전면에 내세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선도적인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대형 패널 분야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한 기술력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로 이미 치킨게임에 들어간 상태인 것도 LG디스플레이가 기술력이 높은 OLED로 승부를 보려는 이유다.
최근 중국이 화이트OLED(WRGB OLED) 방식으로 OLED 패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LCD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은 OLED의 특성을 감안하면 제품 양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최소 5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19일 기자간담회장에서 여상덕 사장(OLED사업부장)이 “조건만 맞는다면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 못 할 이유가 없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OLED 기술 공유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삼성에 비해 다소 뒤쳐졌던 중·소형 OLED 패널 분야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첫 단계인 플라스틱 OLED를 내세워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의 애플워치처럼 아직 본격 개화하지 않은 웨어러블기기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라는 신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술력에서만큼은 뒤지지 않아 차별화된 제품과 전략을 갖추고 신 시장을 공략한다면 현재의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영권 LG디스플레이 전략마케팅그룹장(전무)은 “지난해가 OLED 기술력에 대한 확신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패널 양산을 확신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고객 확대가 이뤄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신중한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신무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가격과 수요 등 시장에서의 변수는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OLED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인해 그동안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아 생산량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지면서 원가 경쟁력도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OLED 투자 규모가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과거 성급한 투자로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발광다이오드(LED)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신중히 투자를 결정하겠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TV와 스마트폰 등 가전 판매가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비용의 OLED 수요가 증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시장에서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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