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원산지 표시’ 철강·건설 갈등 고조…정치권 선택은?
철강 “소비자 알 권리” vs 건설 “시장경제 논리 어긋”
철강업계 19대 국회서 ‘쓴맛’, 20대 국회 통과 여부 주목
건설현장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 표기 의무화를 놓고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 장안)은 지난달 29일 건설현장과 건설 완료시 사용된 주요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를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게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 내용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안전망 강화다. 과거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단순히 건설공사의 현장과 건설공사 완료 시 설치하는 표지, 표지판에 사용되는 철강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자는 것이었다.
이찬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시공 전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도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부적합 수입산 철강재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실제 철강제품은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제품 적발 금액 가운데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남울릉)이 지난 1일 관세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 표시위반 사례는 948건에 적발금액 45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철강제품 비중이 2 200억원으로 전체의 49.2%를 차지했다.
단속된 111건의 철강제품 중에서 중국산이 95건으로 85%에 달했다. 일본산은 8건, 베트남산이 5건 순 이었다.
박명재 의원은 현안 보고에서 “중국산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검사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천홍욱 관세청장은 “원산지단속결과를 분석해 필요시 상향조치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고가의 국산 철강재 쏠림 현상과 과잉규제를 이유로 이를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산법 개정안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고 독과점 구조를 비호하는 행정규제”라며 “공사 품질확보와 연계성이 약하고 건설현장의 부담과 책임만을 증가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수입산 철강재 사용을 게시한 건축물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건축주 및 입주자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이미 ‘대외무역법’에 따라 철강재 자체에 원산지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원산지표시 관련 규제를 신설할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아닌 누구의 이익을 떠나서 당당하다면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건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사 아파트 브랜드 파워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철강업계는 19대 국회에서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법안이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국토부와 건설업계의 반대가 커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의 입김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에 철강업계의 주장이 명분을 갖췄다 해도 통과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동의 서명이 국토위 소속 의원이 중심이 됐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견해가 엇갈릴 수도 있다”며 “다만 개정안에 대한 명분과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 동의는 이찬열 의원을 포함해 전혜숙, 윤호중, 김해영, 전현희, 김현미, 박주선, 황희, 윤관석, 윤후덕, 이원욱, 조정식, 안규백, 강훈식, 최도자 등 15명의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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