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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10년 전쟁]'잠재 폭탄' 280만 계약…향후 10년 1조 부담


입력 2017.03.18 07:00 수정 2017.03.18 09:19        부광우 기자

자살 재해사망 인정 특약 여전히 280만건 넘게 살아 있어

비용 부담에 윤리적 논란까지…당국·업계 대책 마련 분주

금융당국의 징계와 생명보험 '빅3'의 항복으로 자살보험금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아직 남은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특약이 담겨 있는 계약은 아직도 280만건 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앞으로 보험사들이 지게 되는 비용 부담은 천문학으로 커지는 데다 자살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의 징계와 생명보험 '빅3'의 항복으로 자살보험금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아직 남은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특약이 담겨 있는 계약은 아직도 280만건 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앞으로 보험사들이 지게 되는 비용 부담은 천문학으로 커지는 데다 자살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살 시 재해사망 보험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특약이 담긴 채 판매된 보험계약은 284만여건이다.

최근 금감원의 징계 논의 전후로 보험사들이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건수는 1만여건도 되지 않는다. 여전히 283만여건에 달하는 계약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재해사망특약 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높다. 보험업계는 이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사들이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향후 10년 동안 1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보험사의 비용을 둘째 치더라도, 자살을 조장한다는 윤리적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살을 하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탓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입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유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자살률 1위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생명보험협회에게 남은 계약들에 대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현재 가능성 있게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융당국이 나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특약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 131조에 따라 약관변경 명령권을 발동해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는 문구를 삭제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시장 원리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이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계약을 만들고, 대신 일반 사망보험금을 높여주거나 보험료를 깎아 줌으로써 가입자들이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방안이다.

이 같은 '승환계약'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금감원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하다. 다만, 이럴 경우에도 소급적용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남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며 "보험금을 타려고 위기에 몰린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자살보험금 문제는 더욱 큰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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