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피고인' 끝까지 살린 지성 엄기준
어설픈 전개에도 시청률 30% 웃돌며 인기
정의감 넘치는 검사·절대 악인 앙상블 호평
어설픈 전개에도 시청률 30% 웃돌며 인기
정의감 넘치는 검사·절대 악인 앙상블 호평
SBS 월화극 '피고인'이 '정의는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21일 종영했다.
이날 '피고인' 마지막회에서는 끝까지 악행을 벌이던 차민호(엄기준)가 죗값을 치르는 모습이 담겼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차민호와 맞서 싸운 박정우 검사(지성)는 딸(신린아)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미소를 되찾았다.
박정우는 딸에게 "하연이가 사는 세상이 더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할게"라며 드라마가 지닌 메시지를 던졌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8.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23일 시청률 14.5%로 시작한 '피고인'은 극 중반을 넘어가며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후반부에선 30%를 웃도는 압도적인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다. 경쟁작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KBS2 '완벽한 아내'와의 시청률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이다.
시청률 가뭄에 시달리는 요즘, 평일 드라마가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건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고구마 전전하다 막판 '사이다'
'피고인'은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기억을 잃은 박정우 검사가 기억을 되찾고 절대 악인 차민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정의와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쓰는 박정우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빛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잘나가는 검사 박정우는 악인 차민호를 잡으려다 덫에 걸려 아내와 딸을 잃는다. 박정우는 차민호의 계략에 의해 아내와 딸을 죽인 파렴치한이 된다.
극 초반 박정우는 "난 (아내와 딸을) 죽이지 않았어", "난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말만 뱉을 뿐이었다. 박정우의 답답한 심정만 보여준 터라 시청자의 속도 터졌다. 일명 고구마(속이 답답하다는 뜻) 전개가 이어지자 시청자들은 "도대체 박정우의 기억은 언제 돌아오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다 박정우가 교도소에서 만난 성규(김민석)가 사건과 관련해 자백을 하면서 반전을 드러냈다. '피고인'은 고구마 전개를 유지하되, 중간중간 반전을 심어 놓아 시청자들이 지칠 만 하면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제작진의 재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2회 연장은 굳이 했을 필요가 있나 싶다. 가뜩이나 고구마 전개인데 깔끔하게 16회에서 끝내는 게 나을 법했다.
드라마는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내기도 했다. 차민호와 박정우 검사가 교도소에 만나는 '교도소 막장' 장면에선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김석(오승훈)이 교도소에 들어가 성규를 죽이는 장면은 해도 너무 했다. 교도소가 '만남의 광장'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박정우와 차민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드라마는 종영을 향해 달려 갔고, 박정우가 검사에 복귀해서야 사이다 전개가 펼쳐졌다. 사이다 결말을 위해 드라마는 그렇게 고구마로 달려왔나 보다.
지성·엄기준의 힘
작품의 만듦새는 헐거웠으나 배우들의 호연은 빛났다. '지성이면 감천', '갓지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지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수식어에 어울리는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지성이 분한 박정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인물. 지성은 아내와 딸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며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초반 박정우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리는 지성을 통해 오롯이 전달됐다. 눈이 충혈된 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선 엄지가 올라갔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측은 "지성은 캐릭터에 200% 녹아든 연기로 전율을 선사했다"며 "시청자들이 지성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그의 열연에 흠뻑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지성은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에서 머무르지 않고 차곡차곡 영역을 넓혀왔다"면서 "'조토커'(비밀), '7인격'(킬미 힐미)을 성공시키더니 '사형수'까지 해냈다. 한계 없는 그의 연기에 감탄이 쏟아진다"고 덧붙였다.
엄기준의 활약도 눈부셨다. 차민호·차선호 1인 2역을 소화한 그는 절대 악인 차민호를 소름 끼치게 표현했다. 반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민호는 엄기준을 만나 훨훨 날아올랐다.
소속사 싸이더스hq에 따르면 엄기준은 1인 2역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톤, 숨소리, 얼굴 근육 등 사소한 부분까지 다르게 연기했다. 지문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화상을 입힌 장면, 제니퍼 리 살인 사건, 막장 1인극,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하는 장면 등에서 소름돋는 악인의 얼굴을 드러내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1995년 연극 '리챠드 3세'로 데뷔한 엄기준은 그간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차곡차곡 쌓은 필모그래피는 이번 '피고인' 속 차민호를 통해 방점을 찍었다.
소속사는 "엄기준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연기력으로 명장면을 만들었다"며 "차민호가 곧 엄기준이가 엄기준이 곧 차민호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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