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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대선을 말하다 ②] 직장인은 '근로시간 단축' 원했다


입력 2017.04.25 06:00 수정 2017.04.25 09:33        석지헌, 손현진 기자

"행복한 삶의 시작은 '근로시간 단축'…구체적인 방안 필요"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네거티브 지양하고 포용력 발휘해야"

선거 때마다 20·30대 청년들은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치 방관자'로 불려왔다. 하지만 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르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태로 불거진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 때문에 20·30대 유권자의 투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데일리안'은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둔 20~21일과 24일, 취업준비생·직장인·대학생을 만나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 대선 후보 선택 기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신호등에서 한 직장인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맞은편에 대선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보인다. ⓒ데일리안 석지헌 기자

21일 오전 7시 30분 고층 건물이 즐비한 광화문 거리. 직장인들은 피로에 쌓인 얼굴로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긴장돼 있었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선은 무미건조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날 만난 '2030'직장인들은 행복한 삶을 외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저녁시간'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에 희미한 희망을 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본보가 만난 30명의 직장인들은 전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중 17명이 '지지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정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3명이었다. 하지만 향후 각 후보들의 대선 행보나 추가적인 검증을 통해 지지 후보를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행복한 삶의 시작은 '근로시간 단축'…구체적인 방안 필요"

이들은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공약은 없지만,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약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사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박모(25) 씨는 "근로시간을 연간 1800시간으로 단축한다는데 단축 기한이 언제인지 명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서서히 줄이겠다'가 아니라 최대한 빨리 단축해주길 원한다"라며 "노동시간이 많으면 취미시간이 없어지고 이게 다 국민 행복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답했다.

은행에 재직 중인 배모(32) 씨는 주4일제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했다. 그는 "'칼퇴'를 강제로 못박아서 빨리 시켜주는 게 있으면 좋겠다"라며 "일단은 먼저 주 4일제가 의무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모(25) 씨도 중소기업에 맞는 정책을 내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시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대기업에서나 조금 시도하려는 행동만 취하는 것이지, 중소기업은 들어도 그냥 흘린다.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이를 시행할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직장인들은 교육개혁이나 청년 실업률 해소, 4차 산업혁명, 부동산 개혁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공약들을 언급했다.

퍼스널 트레이닝 강사로 일하는 박모(28)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신혼이다. 박 씨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집값 때문에 걱정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집을 사야 하는데 너무 비싸서 고민이다. 매일 찾아보고는 있는데 도무지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차기 정부가 이를 해소해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보였다.

'4차 산업혁명' 공약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나모(31) 씨는 "선진국은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4차 산업 기술 개발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경쟁국들에 비해 기술력 측면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주도하고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등 교사로 재직 중인 손모(33) 씨도 "산업화 시절의 오래된 가치관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새 시대 흐름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가를 보고 지지 후보를 택하겠다"고 했다.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광고 기획자 김모(28) 씨는 "청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취업이 안되면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현실이 꼭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인들이 신호등을 건너고 있다. 뒤쪽으로 대선후보들의 현수막이 보인다. ⓒ데일리안 손현진 기자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네거티브 지양하고 포용력 발휘해야"

2030 직장인들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꼽았다.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노모(34) 씨는 "사회 분열이 너무 심한데 계급과 정치이념, 성별, 빈부·세대 격차 등을 줄이고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광고 기획자인 김모(28) 씨는 "최근 6개월간 정치가 멈춰선 사이에 세계 정세는 계속 변하고 있다"며 "어느 방향으로든 한걸음 내딛으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모(25) 씨는 한때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던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비리 수사 등은 다 좋은데 아쉬운 것은 '절반의 승리'라는 점"이라며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이 둘로 갈라졌는데 적폐청산보다는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폐라는 건 정치적 수사라고 본다. 일상 상활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갈등 완화'이고, 이것을 이끄는 게 리더다"라고 부연했다.

대선 후보들이 서로 분열을 부추기는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서는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전모(32) 씨는 "정치인들끼리 네거티브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약으로 승부 볼 생각은 하지 않고 까내리기만 바쁜 모습이다"라고 비판했다.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신호등에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데일리안 석지헌 기자

대형 서점에서 만난 교육계 종사자 손모(26) 씨 또한 "토론회를 보면 정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나 비판이 좀 더 많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통합을 위해서는 '포용력'과 '소통 능력'이 거론됐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로 분열이 돼 싸우는데 결국 포용력 있게 가야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유회사 직원인 박모(28) 씨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아무래도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직 종사자 노모(26) 씨는 "여전히 정치권은 5060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며 "여성, 젊은이,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는 2030 청년들은 이날 하나같이 '희망'을 이야기했다. 국민이 힘을 모으면 정치 발전을 이끌 수 있고, 각자의 현실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 이들은 우리나라를 이끌 다음 지도자는 그 바람을 실현시켜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기간이지만 깊은 고민을 담아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석지헌 기자 (cake9999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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