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리뷰] 숨죽인 170분, 먹먹하고 예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옥주현·박은태, 연일 눈시울 붉히며 몰입
화려한 쇼 대신 아름다운 색감·감성 돋보여
대극장임에도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지난 15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여타 뮤지컬들과 달리 관객들은 170분간 숨죽이며 무대에 집중한다. 관객들은 공연 말미에 들어서야 울먹이다가 드라마틱한 커튼콜에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에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고 그리고 동시에 여자이고 싶었던 프란체스카,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는 로버트의 감동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과 영화로 이미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이기도 한 만큼,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은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박은태와 옥주현이란 명품 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으로 완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시간의 대부분을 무대 위에 머무는 주인공 옥주현과 박은태는 명불허전 가창력에 마치 영화, 드라마 속에 서있는 것처럼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그간 어느 무대에서도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프란체스카' 역 배우 옥주현은 연일 눈물을 보이며 몰입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갈 정도로 빈틈없는 연출도 돋보였다. 덕분에 '주인공이 젊다,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는 세간의 우려는 첫 공연이 공개되고 말끔히 사라졌다. 감성을 적시는 절절한 멜로디의 넘버,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한 무대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전 세계의 마음을 움직였던 원작 소설의 힘이 무대와 객석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프란체스카와 같이 꿈을 잊고 살아온 관객 자신이나 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를 둔 관객들에게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단순한 불륜이야기라기보다 반짝반짝 빛나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잊고 지낸 사랑을 떠올리며 감정의 울림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일반 뮤지컬과는 다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만의 관객 특성을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인터파크 통계에 따르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여성 예매율이 무려 80.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보통 뮤지컬은 20~30대 관객 비중이 높은 반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30~50대 예매율이 70% 가까이 기록되며 중년 여성의 비율이 점차 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이 중년여성의 발길을 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결혼 후 꿈을 잃고 살아온 '프란체스카'라는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며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이야기에 많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대극장 뮤지컬과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대극장임에도 오케스트라피트 안에서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한다. 대부분 신디를 쓰고 간혹 업라이트 피아노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그랜드피아노를 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른 공연과 피아노 선율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 극중 프란체스카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요리를 한다. 주연인 옥주현이 강력하게 희망해 만들어진 장치로 옥주현은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집에서 음식재료를 만들어 와서 3층까지 소리와 냄새가 퍼지게 구현했다. 많은 관객들이 관람 후 가장 독특한 기억 중 하나로 꼽았다.
커튼콜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모든 출연배우가 인사를 마친 뒤에 감동적인 에필로그가 펼쳐진다.
로버트가 떠나고 프란체스카는 어떻게 살았을까. 에 대한 답이 함축적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프란체스카의 삶과 꿈에 관한 슬픈 이야기와 로버트의 숨겨진 매력 등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두 남녀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이야기 이면서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있어 5월 가정의 달 관람하기 좋은 공연이다. 오는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