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페이스북 "가용 자산 총동원해
빨리 진화하고 이재민 잘 도와주길 바란다"
직무정지 고려해 '지시' 아닌 '바란다' 표명
관저에서 명복 빌며 안전 기도하겠단 뜻도
직무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봄철 건조 기후를 맞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산불 사태와 이로 인한 인명 피해에 애끓는 마음을 드러냈다. 탄핵심판이 계류 중이라 직무정지 중인 관계로 직접 진화를 독려하거나 지시하지는 못하되, 빠른 진화를 바라는 기대를 밝히면서 순직한 진화대원들과 공무원들의 명복을 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국에서 30건의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가용 자산을 총동원해서 산불을 빨리 진화하고 이재민들을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진화대원과 공무원 네 분의 명복을 빈다"며 "진화대원과 공무원 여러분들의 안전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는 봄철 건조한 기후를 틈타 동시다발적으로 발화된 산불로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경남 산청에서는 화재를 진화하다가 역풍이 불면서 산불 속에 고립된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순직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151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은 "진화대원들과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신속하게 진화된 곳이 많지만, 아직도 5곳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고 이재민도 늘고 있어서 정말 안타깝다"며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재민들과 모든 피해자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구속취소 결정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뒤로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다. 관저에서는 산책·독서와 함께 주로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로 추론해보면 향후 관저에서 기도할 때 이번 산불 사태로 순직한 진화대원·공무원들의 명복을 빌면서, 동시에 지금도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원·공무원들의 안전을 기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바꿔 말하면 직무정지 중인 지금으로서는 빠른 진화를 바라는 기대와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내는 것과, 관저에서의 '기도'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도 된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평소였다면 직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등을 주재하고 빠른 진화를 지시 및 독려했을텐데, 직무정지 중이라 '지시' 하는 것도 안되기 때문에 "산불을 빨리 진화하기를 바란다"고 기대만 담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산불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답답한 심경과 애끓는 마음이 일면 드러나보인다는 분석이다.
'산불 사태'로 인해 정치권도 4·2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 일정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기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양수 사무총장 등은 원래 이날 충남 아산시장 재선거에 출마한 전만권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유세 일정을 계획했으나, 산불 사태를 고려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