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진출 30년' AIA·라이나생명 자존심 싸움 돌입
성장 주춤한 AIA생명, 턱 밑까지 쫓아간 라이나생명
글로벌 모기업 경험 바탕 '헬스케어서비스' 맞불 눈길
올해 나란히 한국 시장 진출 30년을 맞이한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이 자존심 싸움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AIA생명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라이나생명은 꾸준히 성장을 이어오며 시나브로 AIA생명을 턱 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특히 두 보험사 모두 글로벌 보험사인 모기업이 가지고 있는 헬스케어서비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펼쳐질 승부에 생보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생명보험협회의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25개 생명보험사 전체 초회보험료 수입은 119조8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새롭게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계약자가 보험사에 최초로 납입한 보험료로, 주로 보험사의 영업 지표로 쓰인다.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의 같은 기간 초회보험료는 수입은 각각 2조3219억원, 2조2441억원으로, 생보사 전체 대비 비중은 각각 1.94%, 1.8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초회보험료 비중을 기준으로 생보업계 안에서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각각 나란히 13위, 14위다. 외국계 중 이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보험사는 메트라이프생명(2.79%) 정도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이 각축을 벌이는 분위기지만, 최근 10년 간 추세를 살펴보면 라이나생명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소 힘이 빠진 AIA생명을 역전할 기세다.
2007회계연도만 해도 라이나생명이 국내 생보업계에서 차지하는 초회보험료 비중은 0.88%로, AIA생명(3.78%)과 비교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AIA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반 토막이 난 반면, 라이나생명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며 점유율을 두 배 넘게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두 보험사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불과 0.0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제 관건은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두 외국계 생보사는 올해 한국 시장 진출을 30년을 맞아, 저마다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내보이며 변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은 AIA생명과 라이나생명 모두 앞으로의 성장 카드로 헬스케어서비스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특히 두 보험사의 모기업인 AIA그룹과 시그나그룹이 보유한 헬스케어서비스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은 한국 시장에서의 승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헬스케어서비스는 기존 질병 치료를 넘어 고객들의 건강을 미리 관리해 주는 개념의 사업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면 그 만큼 보험금 지출 부담을 덜 수 있고, 고객은 미리 건강 상태를 체크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A생명은 올해 고객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AIA바이탈리티'를 출시하고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IA바이탈리티는 호주와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운영 중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건강에 대한 이해와 증진, 보상 혜택 등 3단계 구조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지식과 도구를 제공한다. 건강 목표를 달성한 가입자에게는 제휴사 포인트와 마일리지, 무료 쿠폰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라이나생명도 헬스케어서비스를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보험과 함께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구를 급성질환자와 만성질환자, 건강하지만 위험이 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수요에 맞춘 헬스케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은 시그나그룹 지난달 한국 진출 30년을 기념해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헬스케어서비스를 화두로 제시했다. 라이나생명의 향후 한국 시장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다니 회장은 "최근 10년 간 미국 시장을 보면 헬스케어가 화두였고, 보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험만으로 미래 사업을 진행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한국 시장에 맞춘 패키지를 만들 예정으로, 헬스케어서비스를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는 한국 시장의 수요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보험사 모두 헬스케어서비스에 대한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모기업 아래 있다"며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건강관리 서비스가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두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서 보여줄 모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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