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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 1위 면세점-상]“과도한 규제 벗고 경쟁력 강화해야”


입력 2017.07.14 07:00 수정 2017.07.14 07:15        최승근 기자

한 해 6조원 규모 외화 획득, 대표 수출산업

대형마트와 같은 의무 휴업 도입 시 연간 손실만 4000억원 이상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한국 면세점업계가 사드 후폭풍에 따른 매출 감소와 각종 규제 그리고 면세점 특허 선정과정에서의 불법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는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국가 차원에서 면세점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중국, 일본, 태국에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면세점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매장 전경. 사드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데일리안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면세점은 지난해 한 해에만 6조원의 외화를 벌어들인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다.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이 시작되면서 면세점 산업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다만 국가의 집중적인 육성 정책을 통해 성장한 제조업과는 달리 맨 땅에서 산업을 키워낸 건 기업들의 역할이었다.

2000년 들어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씀씀이가 큰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면세점은 이른바 ‘돈 되는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과의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면세점 열풍은 급격하게 냉각됐다. 아울러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이전 정권의 불법적인 요구와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 전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광춘 감사원 대변인이 11일 서울 감사원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점 업계는 사업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드 여파가 채 해소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는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을까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이미 대기업인 한화가 제주 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지방 면세점들은 갈수록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시장적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생존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형 마트와 동일하게 면세점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의 경우 매출의 70% 이상이 외국인으로부터 나오고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과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액은 4조9000억원으로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이중 약 1조7000억원(35%)이 중소·중견기업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규제가 시행될 경우 면세점은 매월 일요일 중 하루와 설날, 추석날 등 총 14일의 강제 의무휴업을 이행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면세점 업계의 직접적인 매출 피해는 연간 4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면세점에 입점한 약 200여개의 중소·중견 제조업체 역시 연간 520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면세점 운영을 제한해야 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법안”이라며 “이는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태국의 경우에는 연중무휴 영업을 하는 등 관련 규제를 적극 완화하는 추세다. 특히 베이징 공항(중국), 창이공항(싱가포르), 하네다 공항(일본) 등의 출국장 면세점은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 면세점 허가제를 조건부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선정 시 적정 면세점 기준이나 심사 평가 항목의 적절성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제품 판매 비중 등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등록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건부 등록제로 전환할 경우 시장 진입보다 퇴출이 어려워져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이 무분별하세 시장에 진출해 전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국면세점 협회 관계자는 “올해 국내 면세산업의 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세계 1위 수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넘쳐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내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조정하고 면세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장기 마스터플랜이 조속히 마련되고 추진되지 않는다면 면세점은 물론 관광 및 여행 등 연관 시장의 성장 과실을 향유하거나 주변 경쟁국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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