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후회? 맥그리거 허세 키우는 ‘8온스’
규정 보다 무게 낮아진 글러브 끼고 맞대결
글러브 무게 낮춰도 메이웨더 압승에 영향 없을 듯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전을 앞두고 UFC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허세가 하늘을 찌른다.
맥그리거는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서 진행된 공식 계체량 행사에 참가했다. 153파운드(69.4kg)을 기록한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의 149.5파운드(약 67.8kg)다 조금 더 높았다.
계체량까지 무사 통과하면서 메이웨더는 약 1억5000만 달러(약 1693억원), 맥그리거는 최소 1억 달러(약 1129억원) 이상의 대전료를 챙길 수 있게 됐다.
계체량 행사에서도 맥그리거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메이웨더를 노려보며 도발했고, 복싱 천재 메이웨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27일은 맥그리거 은퇴일이 될 것”이라며 압승을 자신했다.
현지에서도 메이웨더의 절대 우위를 예상한다. 이번 슈퍼파이트가 UFC와 같은 종합격투기가 아닌 복싱룰 아래 열리기 때문. 메이웨더는 복싱 통산전적 49전 49승 26KO를 기록한 무패 복서다.
매니 파퀴아오, 오스카 델 라 호야 등 숱한 복싱 슈퍼스타들이 메이웨더 앞에서 좌절했다. 메이웨더가 맥그리거에 승리하면 50승 고지에 올라 단독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메이웨더는 자신의 승리에 약 56억원을 베팅했다. 대단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맥그리거는 매치가 임박할수록 더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UFC 최초로 두 체급 동시 챔피언을 지냈던 맥그리거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메이웨더는 8온스(226.8g) 글러브로 바꾼 것을 후회할 것”이라며 “나이만 봐도 내가 유리한데 글러브 무게까지 낮췄으니 2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KO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맥그리거에게 ‘1’이라도 유리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네바다주 규정에 따르면, 웰터급(66.67㎏) 이상 경기에서는 10온스(283.5g) 글러브를 착용해야 한다. 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모두 합의했고,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8온스 글러브를 일회적으로 승인했다.
8온스는 10온스에 비해 부피가 작고 무게도 조금 더 가볍다. 글러브가 가볍다는 것은 (고무)충전재가 적다는 의미로 그만큼 펀치의 파워가 세게 전달된다. 따라서 화끈한 KO 승부 가능성을 다소 높일 수 있다.
맥그리거에게 호재라면 호재다. 맥그리거는 UFC에서 활약할 때 4온스(약 113.4g) 오픈핑거 글러브를 꼈다. 규정대로 10온스짜리의 두툼한 글러브를 끼면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8온스로 줄이자는 제안은 메이웨더가 먼저 했다. 메이웨더 주니어는 지난달 SNS를 통해 “맥그리거, 8온스 글러브로 붙어보자. 맥그리거에게 맞춰주겠다”고 제안했다. 작은 글러브에 익숙한 맥그리거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8온스 글러브에 충분히 적응한 메이웨더로서는 결코 손해를 보는 결정이 아니다. 메이웨더는 슈퍼페더급, 라이트급, 라이트웰터급, 웰터급에서 8온스 글러브를 끼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압도적인 복싱 실력을 지닌 메이웨더가 글러브 무게 2온스를 덜어주고 양보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글러브 무게를 달리한다고 해도 어렵다. 복싱 룰로 싸운다는 자체가 맥그리거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맥그리거는 지난해 12월에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프로복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케이지가 아닌 링에서 하는 12라운드 경기라는 낯선 환경과 룰에서 생존하기 어려워 보인다.
'숄더롤'을 앞세운 메이웨더는 상대를 압도하는 반사능력과 스피드로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힌다. 메이웨더의 위빙-더킹과 전후진 스텝은 맥그리거를 크게 흔들 수 있다. 맥그리거가 자세를 잡고 카운터를 꽂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양한 변칙 공격도 쓸 수 없다. 자랑하는 프론트 킥을 비롯해 다양한 변칙 킥이나 공격이 불가능하다. 복싱 전문가들은 “메이웨더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라운드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복싱룰 안에서의 변칙적 공격으로 메이웨더를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숱한 공격을 막아왔던 메이웨더에게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맥그리거에 비해 10살 이상 많은 나이와 2015년 9월 은퇴 이후의 공백조차도 복싱룰 아래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러브 무게 2온스를 낮추고 생색내는 영악한 메이웨더는 지금도 웃고 있다. 승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맥그리거도 막대한 대전료를 떠올리며 웃고 있을지 모른다. 기세등등한 맥그리거의 언행이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허세로 보는 이유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맥그리거와 ‘복싱 전설’ 메이웨더의 경기는 오는 27일 오전 10시30분부터 KBS 2TV(정찬성 변정일 해설), SPOTV ON을 통해 위성 생중계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