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모르쇠 탓?...대출계약 철회권 유명무실
신한 등 5대 시중은행 신청 건수 시행 1년동안 총 827건
“대출절차 번거로운데다 시간 많이 소요" 비용부담 외면 지적
시중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단기간 내에 없던일로 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대출계약 철회권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비교 사이트 활성화 등으로 대출처 변경 사유가 확 줄어든데다 은행들도 각종 비용부담 우려 탓에 홍보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출계약 철회권을 시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은행의 대출계약 철회권 신청 건수(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은 9월 말, 우리은행은 10월 말 기준)는 총 872건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36건, 우리은행 125건, KEB하나은행 115건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38건, 258건을 기록했다.
대출계약 철회권은 이미 대출계약을 맺었는데 더 싼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14일 이내에 대출계약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은행에 밝히고 대출 원리금과 부대비용을 상환하면 되는 제도다.
계약 철회와 동시에 은행·한국신용정보원·개인신용조회회사(CB)들이 보유한 대출 정보가 삭제되고 대출자가 철회권을 몇 번 썼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
대출계약 철회권 신청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은행들이 제도 홍보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의 경우 대출계약 철회권 행사가 많아지면 자금운용·조달 매칭이 어려워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대출계약 칠회권 도입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못하는데 따른 손실 부담은 물론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이에 따라 은행들이 이 제도에 대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 악용 우려 가능성도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채놀이로 수익을 올린 후 대출을 취소하는 등 단기 차익을 노린 일수나 사채, 투자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일정 기간에 반복적으로 대출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철회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대출 횟수 제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명의를 돌려가면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사람들이 명의를 돌려가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철회권 횟수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보완책이 될 수 없다”며 밝혔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 사이트 등 을 통해 은행별 대출금리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대출계약 철회권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마저 대출계약 철회권에 대한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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