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똘똘한 한 채?…정부 다주택자 압박의 모순
‘똘똘한 한 채’가 집중된 강남권 아파트 수요 몰려…집값 상승 악순환 되풀이 지적돼
“서울의 주택 공급 물량은 수요량을 크게 상회해 수도권까지 본다면 충분한 수준이다. (공급량이 충분한데도 강남 집값 과열 이유는) 다주택자가 투기목적으로 많은 집을 샀고, 그 과정에서 집값 불안이 야기된 것이다.”
지난해 8월 2일 정부는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휴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브리핑에 참석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난 부동산 과열 현상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지목하고 이를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강남권 아파트값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강남 아파트를 지목하고 집중포화 규제를 가했지만, 대책 발표 때만 잠시 주춤했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강남 집값은 정부의 손을 떠났다. 잡으면 잡을수록 더욱 멀어질 뿐이다. 정부가 강남에 집사는 사람을 모두 투기수요로 보고 옥죄는 순간부터 이미 강남에 집 가진 사람들을 특권층으로 인정한 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시장은 시장대로 망가지고 정작 집값도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출규제,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등 정부 정책의 허점은 더욱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는 ‘똘똘한 한 채’는 강남권 아파트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강남 집값 상승이 지속될 여건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똘똘한 한 채 가운데서도 재건축 호재가 있는 잠실주공5단지, 개포주공, 압구정현대 등의 아파트값은 1년 사이 2~3억원이 오르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높아만 가고 있다.
여전히 서울 아파트 시장 과열에 대한 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보고 있는 정부는 최근 시장 정상화를 위해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기한을 두지 않고 최고수준의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다주택자의 대출담보 여력을 낮추는 신총부채상환비율(DTI)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추진하고 여기에 보유세 인상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시장 과열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수요억제책에 대한 내성마저 보이면서 이번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계속 될수록 이른 바 ‘똘똘한 한 채’가 집중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로 몰려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면서 최근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택지를 공급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모순도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시장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근본적으로 공급부족 해소가 시급하다고 늘 말해왔지만, 정부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면서 “이번에 정부가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그간 해왔던 말과는 상반된 정책 아니냐”며 의아해 했다.
8·2대책이 발표되고 한 달 뒤인 국토부 장관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현미 장관은 “8·2대책을 통해 주택시장의 국지적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안정을 위한 주춧돌 정도는 놓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대책 효과에 나 홀로 만족하고 있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진정은커녕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나 몰라라’식으로 방치해 둔 지방 시장은 갈수록 하락하며 서울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행여 강남 집값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이 벌어질까 실수요자의 우려는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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