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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삼성-LG 패닉 속 대책 고심


입력 2018.01.23 09:59 수정 2018.01.23 10:02        이홍석 기자

120만대 이하 물량에도 20% 관세 부과...최악의 시나리오

미국 공장 조기가동 및 생산확대 시간 필요...피해 불가피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에서 현지인들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120만대 이하 물량에도 20% 관세 부과...최악의 시나리오
미국 공장 조기가동 및 생산확대 시간 필요...피해 불가피


미국 정부가 예상보다 강력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LG전자도 이 날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은 22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하라는 권고안을 승인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 날 승인된 권고안에서 수입세탁기는 첫해 120만대에 대해 20% 관세가,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의 경우, 2.5기가와트(GW) 이상일 때 첫 해 30%의 관세를 부과한다.

강력한 세탁기 세이프가드...120만대 미만에도 20% 관세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당초 국내 가전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수준으로 취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연간 120만 대를 초과해 수입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3년간 저율할당관세(TRC)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중 연간 120만대를 넘는 물량과 특정 부품 5만개 초과 물량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또 120만대 미만 물량에 대한 관세 여부는 결정하지 못한 채 미 부과와 20%의 관세 부과 등 2가지 의견을 모두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후자를 선택하면서 국내 가전업계의 기대감을 져버렸다.

이번 결정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정부에 수입 제품에 대한 제제수위가 약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 온 것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풀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면서 정부에 강력한 제제를 요청해 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 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이러한 수입품들이 국내 제조업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ITC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LG, 미국 공장 물량 확대 이외 별다른 해법 없어

현재 북미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대부분 동남아에서 제조되고 있는데 현행 관세는 1% 수준으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되면 최소 20% 관세가 부과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북미에서 연간 약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국내에서 현재 국내에서 만들어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적용받는 물량은 크지 않아 대부분 세이프가드 조치 적용 대상에 놓이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정부의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 당혹감을 나타내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현지 공장의 조기 가동 및 생산 물량 확대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단기간내 가능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서 건설된 신규 가전 공장에서 출하식을 개최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목표했던 3월보다 2개월 가량 공장 가동을 앞당긴 것이지만 오는 2020년 경에나 연간 생산량을 100만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시간 차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전자도 현재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건설 중인 가전 공장을 당초 예정됐던 내년 1분기에서 올해 말까지 앞당겨 완공하기로 한 상태다. 연말 또는 내년 초에나 공장 가동이 돼 올 한해는 세이프가드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생산물량 확대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과 LG 모두 북미 지역 소비자들에게 공급 차질은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에서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미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LG 세탁기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선택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세탁기와 태양광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미국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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