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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이프가드, WTO 외에 국제무역법원 제소 추진해야"


입력 2018.01.30 13:30 수정 2018.01.30 14:21        이홍석 기자

한경연,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좌담회 개최

FTA 재협상-북핵 고려 양국 간 무역분쟁 확산방지 필요

미국 정부의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인 WTO 분쟁해결 절차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국제무역법원에 제소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WTO에 즉각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WTO 분쟁해결 절차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 측의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 정부의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은 사실 미리 예견된 수순이었으며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구제조치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무역구제 수단을 동원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나가려는 트럼프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환경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세탁기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오하이오 등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진영이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강력한 보호조치를 선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선거정국으로 빠져들수록 무역구제조치가 세탁기를 넘어 가전제품 일반, 그리고 제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교수는 우리 정부가 즉각 WTO에 제소할 방침을 밝힌만큼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의 공방이 급선무로 트럼프 정부가 WTO협정이 규정한 엄격한 발동요건을 충족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WTO를 통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2013년 한국산 가정용대형세탁기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판정이행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WTO 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미국이 또다시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면 우리로서는 WTO 승인 하에 무역보복을 가하는 방법 등 대안이 별로 없다”며 “대미 무역보복이 한·미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하면 보복만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치를 감안하면 우리의 대미 무역보복이 실제로는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구제조치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이는 만큼 양국 간 무역분쟁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복 대상 선정에서도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으로 전선을 확대시키지 말고 우리측이 작년부터 수입물량을 자발적으로 늘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우리측의 대응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도 제소해 적극적으로 시비를 가려볼 것을 제안했다.

사법부 역할이 중요한 미국 헌법구조상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으며 최근 현대제철에 대한 반덤핑조치 재계산 판정 등 우리 기업들이 부분 승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CIT소송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국·태국·베트남 정부와도 협력해 국제적인 여론형성을 통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긴급좌담회에는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부원장, 그리고 인하대학교 정인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좌담회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우리 기업과 정부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방안들이 논의됐다. 향후 열릴 제 2차 한미FTA 개정협상을 활용해 미국 측에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조치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권태신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기업들은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세이프가드까지 발동하면서 자국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으로는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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