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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오너·CEO '셀프 이사회' 여전 눈총


입력 2018.04.03 06:00 수정 2018.04.03 06:40        부광우 기자

대형 보험사 대부분 '대표=이사회 의장' 올해도 이어져

"투명성 확보 위해 외부 인사 선임해야" 공허한 메아리

신창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교보생명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각 사

국내 주요 보험사 오너·최고경영자(CEO)들의 이사회 장악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권고를 무시한 채 대부분의 보험사 오너와 CEO들이 스스로 의사봉을 잡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5대 생명보험사와 5대 손해보험사 등 10개 보험사들 가운데 올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기로 한 곳은 총 7개사다.

이들 중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두 곳은 기업 오너가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다. 각 보험사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올해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해 가기로 했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등 5명은 각 보험사의 CEO임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도 수행하기로 한 사례들이다.

조사 대상 보험사들 가운에 나머지 세 곳은 외부 인사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겼다.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생보·손보업계에서 부동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성균관대학교 총장 출신인 김준영 사외이사에게, 삼성화재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대동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사봉을 넘겼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도 올해 이사회 의장을 언론인인 김경한 사외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처럼 일부 케이스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들은 오너나 CEO가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법률 상 보험사를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사들은 이 같은 이사회 의장 선임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2016년 8월 개정돼 시행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금융사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의 오너·CEO들이 셀프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이유는 해당 법 조항에 강제성이 없어서다. 해당 법률에 적용을 받는 금융사라 할지라도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만 별도로 임명하면 사외이사가 아닌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할 수 있고 겸직도 가능하다.

실제로 관련 보험사들은 원활하고 신속한 이사회 운영이나 보험 산업에 대한 전문성, 회사에 대한 이해도 등을 이유로 들며 오너와 CEO들이 이사회 의장 겸직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 주식발행 결정, 주주총회의 소집과 같은 경영상의 주요 결정부터 이사의 직무 집행에 대한 감독, 대표이사의 선정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마련된 조직이다. 결국 오너와 CEO에게 이사회의 의장까지 맡긴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이들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너 혹은 CEO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겠다며 내세우는 이유는 사실상 핑계일 뿐"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경영자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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