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합작사 설립 잠정 합의
파운드리 점유율 4·5위도 합병 논의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 해결책 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두 회사가 제조 기술을 공유하는 합작 회사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어서다. 시장 4·5위 업체들은 합병을 통해 경쟁력 제고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파운드리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기에 맞서며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인텔과 TSMC는 지난 3일 합작 회사 설립에 잠정 합의했다. 조인트벤처(JV)를 통해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지분 20%를 확보하는 동시에 인텔에 파운드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 백악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한 '인텔 살리기'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인텔을 구하기 위해 TSMC에 인텔 공장 인수 또는 기술 합작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만에 부과된 32% 상호관세도 TSMC의 결정을 재촉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 직후 대만 정부는 자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고율의 관세가 적용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TSMC는 미국에 1000억 달러(한화 약 14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율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TSMC가 미국의 요구를 일찍 수용하면 대만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은 양사가 어떤 형태로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할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합작 투자가 이뤄진다면 TSMC는 인텔에게 반도체 제조 방법을 전수하고 인력 또한 교육하게 된다"고 밝혔다.
TSMC와 인텔은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지난달 31일 남부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에서 22팹(반도체 생산시설) P2(2공장) 확장 행사에서 2나노(1nm=10억분의 1m) 고객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초미세공정 시대를 알린 것이다. 올해 하반기 2나노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2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처음 적용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기존 공정보다 제조 속도는 15% 높이고, 전력 소비는 30% 낮췄다. 인텔도 최근 차세대 공정인 18A(옹스트롬·100억분의 1m)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의 합종연횡은 성숙(레거시) 공정에서도 이어진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 4위인 대만 UMC와 5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GF)가 합병을 검토 중이다. 양사는 미국에 기반을 두며, 아시아·미국·유럽 전역에 생산 거점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막고, 대만을 둘러싼 양안 갈등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9.3%로, 2위 삼성전자(8.1%)를 넘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팹 가동률이 레거시·첨단 공정 모두 부진한 만큼, 주요 경쟁사의 합병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의 최첨단 경쟁력이 그렇게 없는 것은 아니다"며 "수율을 빠르게 올리겠다"고 말했다.
또, 한 사장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결합한 삼성 만의 통합 솔루션 잠재력을 고객사와 시장에 완전하게 공급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며 "메모리 및 첨단 패키징과 적극 협력하면서 앞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빨리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