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 대출 1년 만에 50조 증가…부실 부메랑 우려
1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668조…전년比 7.6% 증가
글로벌 시장 여건 먹구름…여신 건전성 악화 전망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1년 새 5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풍선 효과에 기업 대출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불리한 글로벌 시장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서의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만큼 은행들의 좀 더 면밀한 여신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상 대출은 668조2307억원으로 전년 동기(620조9951억원) 대비 7.6%(47조235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대기업 상대 대출은 167조2534억원에서 161조4028억원으로 3.5%(5조8506억원) 감조한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145조7043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KB국민은행 91조6818억원 ▲신한은행 79조6744억원 ▲우리은행 74조1488억원 ▲NH농협은행 72조8863억원 ▲KEB하나은행 72조7452억원 등 순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많았다.
이 같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우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내세운 올해 중소기업 대출 순증 목표는 총 26조원이다. 이는 은행별로 전년 대비 7~9% 가량 늘어난 액수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 지원 확대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불어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500억원 늘린 3조7350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아울러 창업 활성화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제조 원가 상승,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등 확대된 운영자금 수요도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둘러싼 업황이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달 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18년 하반기 경제 및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는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과의 통상마찰과 원화 강세, 자동차 판매 부진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신흥국 자본 유출이 확산될 경우 국내 외환·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수출에까지 파장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시장 금리마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저금리로 버티던 한계기업의 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소기업의 부실 확대로 은행 간 우량 중소기업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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