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쉰 손흥민, 3박자 빛난 월드클래스 골

첼시와의 홈 경기서 리그 1호골 작렬

손흥민 골. ⓒ 게티이미지

가히 손흥민의 인생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수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이토록 경이롭고 전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어낼 만한 장면은 드물었다. 상대는 강호 첼시였고, 충분한 휴식, 포지션 변화, 그리고 개인 능력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토트넘은 25일(한국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8-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13라운드 홈경기서 델레 알리, 해리 케인,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측면 2선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변칙 4-4-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4명의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로 구성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에릭 다이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하고, 왼쪽은 크리스티안 에릭센, 오른쪽은 무사 시소코로 구성됐다. 델리 알리는 다이아몬드의 윗 꼭짓점을 맡았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출격했다. 상황에 따라 손흥민이 2선으로 내려오는 4-3-2-1 형태를 띠기도 했다.

11월 A매치 브레이크 2주 동안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조건으로 11월 A매치,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은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기로 대한축구협회와 합의한 사항이었다.

재충전된 손흥민의 몸 상태는 절정이었다. 시즌 초반 체력 부담으로 인해 드리블과 슈팅을 시도하는 대신 패스의 빈도를 높였던 손흥민이 아니었다. 이날 첼시전에서는 쉴 새 없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온더 볼 상황에서는 자신감 있는 돌파와 슈팅으로 매듭지었다.

또, 손흥민이 공격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던 원인은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변화도 기인한다. 평상시 2선의 윙어로 출전할 경우 손흥민은 깊숙하게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한 바 있다. 아무래도 많은 활동량과 체력소모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첼시가 빌드업 할 때 센터백을 압박하는 임무 이외에는 2선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도움을 주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대기하며 체력을 아끼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후방에서 토트넘이 공을 탈취하면 손흥민은 재빨리 공간으로 침투하며 역습의 중심에 섰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9분 환상적인 득점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프 라인부터 발군의 스피드를 선보이며 단숨에 페널티 박스까지 진입했다. 조르지뉴, 다비드 루이스도 손흥민을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접근해 침착한 왼발슛으로 첼시를 궤멸시켰다.

충분한 휴식과 포체티노 감독의 포지션 변화 등의 전제조건이 있었지만 결국 개인 능력이 없다면 이러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손흥민은 지난 몇 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뤄냈다. 어느덧 토트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동안 강력한 양발 슈팅에 의존했지만 이번에는 단독 드리블로 골까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최소한 이번 첼시전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월드클래스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