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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나비효과-상] 정부, 역대급 시장 개입…업계 "차라리 공기업 만들라"


입력 2018.12.11 06:00 수정 2018.12.10 17:27        배근미 기자

일반가맹점 수수료 2007년 기준 3.6%서 10년 새 2.3%로 감소…1.3%p 하락

제로페이 등 통한 인위적 시장 통제 적정성 논란 여전…"정부, 가격 통제 도 넘어"

일반가맹점 수수료 2007년 기준 3.6%서 10년 새 2.3%로 감소…1.3%p 하락
제로페이 등 통한 인위적 시장 통제 적정성 논란 여전…"정부, 가격 통제 도 넘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던 만큼 적격비용 산정 이전부터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기조는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지만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빈번하고 폭넓게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면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에서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을 들고 나선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카드 수수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민간산업인 카드업이나 카드 수수료에 대해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적폐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발표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모 카드사 관계자의 울분에 찬 토로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던 만큼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지만 훨씬 강도 높은 '수수료율 후려치기'에 분노가 엿보일 정도다.

지난 10년 간 자영업 불황 타개를 카드사의 희생으로 삼아왔다지만 현 정부가 내세운 '카드'는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3.6% 수준이던 일반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해 말 현재까지 아홉차례에 걸친 인하로 인해 2.3%로 낮아졌는데 올해 단행된 추가 인하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실제로 정부 지원이 절실한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의 경우 이미 실질 수수료 부담 0%에 도달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대신 전 가맹점의 93%에 달하는 연 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이 우대수수료 적용을 받게 됐고, 일반 자영업자로 보기 쉽지 않은 연 매출 500억원 가맹점까지 0.22%p~0.65%p의 수수료 인하 혜택을 부여받았다.

이는 차상위 자영업자에 대한 비용 부담 절감은 물론 소득 증대를 통한 추가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고충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 스스로 수수료 인하를 통한 지원책 한계를 인정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카드 수수료 인하 부담이 카드사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해당 업계는 국내 카드결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자영업자와 결제구조가 맞닿아 있다는 점, 직접 개입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금융 수수료라는 측면에서 수수료 인하 압박의 이유를 찾고 있다.

반면 임대료의 경우 부동산 시장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상승 억제에 방점을 찍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부담 해소를 꾀하기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이번 수수료 인하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처럼 노골적인 정부의 가격 개입 외에도 정부 주도로 결제 수수료 0%를 표방하며 추진된 ‘제로페이’ 역시 카드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카드 수수료 제로화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그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해당사자들의 인식 속에 결제 시스템을 시장경제와 무관한 복지정책 혹은 공적 부분으로 포함시켜 민간영역의 가격기능을 훼손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번 제로페이 흥행을 위해 올해 추경예산 30억원을 쏟아부었고 정부 역시 결제 이용자들에게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적지 않은 세금 투입을 예고하고 있지만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시범 서비스 추진 열흘도 남지 않은 현재 2.5%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 사업자 중심의 결제 시스템의 장점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 시스템 도입이 과연 적정한지, 또 얼마나 효과가 발휘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으로 30억원 미만 가맹점들이 굳이 제로페이를 도입해야 할 실효성은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 압박과 관련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특히 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내년도 수익 감소분만 연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개별사의 인력 감축 러시 뿐 아니라 비용 절감 차원의 연회비 상승 및 고객 혜택 축소 또한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 영역인 카드 수수료까지 직접 지정해주는 정부가 또 어디 있겠나”라며 “지금의 수수료 책정 상태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대다수 카드사들이 버텨내기 쉽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공사 차원의 카드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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