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본격 시행…대기업·중견기업 '온도차'
제조업체, 인건비 부담·인력부족·생산저하 '고민'
주 52시간 본격 시행…대기업·중견기업 '온도차'
제조업체, 인건비 부담·인력부족·생산저하 '고민'
#.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작년 8월부터 퇴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취미와 자기개발 시간이 늘었다.덕분에 눈치를 보며 회사에 남아야 했던 관행도 개선됐다. A씨는 "불필요한 회식과 야근이 줄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 취미 시간이 늘어서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 중견기업에 다니는 B씨는 단축근무 시행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월급이 최소 30만원에서 100만원가량 줄었지만 업무량은 같다고 토로했다. B씨는 "저녁 6시 30분 이후 PC가 꺼지면 카페로 이동하거나 집에 가서 '알아서' 라는 게 당연하게 됐다"면서 "야근수당은 물론 식비나 택시비도 청구할 수 없게 됐고 오히려 늦게 퇴근한다고 인사팀에 불려 다닌다"고 말했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9개월 동안 워밍업을 해온 기업들은 재검과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주요 유통 대기업은 일찌감치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큰 혼란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소·중견기업이나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신세계는 유통 채널별 영업시간을 줄였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경우 오후 5시 10분부터 PC셧다운제(지정된 업무시간 외에는 PC가 자동종료돼 본래 근무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적용돼 연장근무가 불가능하다.
롯데그룹도 단축 근무 시행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PC오프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집중근무제와 유연근무제도 계열사 상황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4곳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 시스템의 적정 운영을 위해 생산직 근로자 200여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 등을 목적으로 한 단축 근무의 취지는 좋지만 모두에게 이득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생산 비중이 높은 식품·패션제조업 기업들은 일부 대책 마련을 했음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공장 24시간 가동을 유지하면서 법에 맞추려면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평균 30%가량 늘려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근무시간 단축 시행까지 겹치면서 인력부족, 생산성 저하로 허덕이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도 야근 수당, 주말 수당이 없어지면서 월급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3월 27일~4월 4일) 30대 이상의 직장인 205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아르바이트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직장생활과 병행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18.6%로 집계됐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른바 '투잡(Two job)'을 하는 직장인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현장 실정을 무시한 근로 단축 정책이 기업을 벼랑으로 내몰고 서민들의 고통만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생존을 가로막거나 수혜자가 돼야 할 근로자들에게 되레 피해를 주는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업종별, 규모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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