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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국민은행 뒷걸음…신탁시장 경쟁 격화


입력 2019.04.05 06:00 수정 2019.04.05 06:11        부광우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 신탁 손익 1조1879억…또 사상 최대

상위 6개사 중 국민銀 유일 역성장…규제 완화에 '새 판'

지난해 국내 은행들 신탁 손익 1조1879억…또 사상 최대
상위 6개사 중 국민銀 유일 역성장…규제 완화에 '새 판'


국내 주요 은행 신탁 사업 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신탁 사업에서 거둔 이익이 1년 새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은행 신탁 시장의 절대 강자인 KB국민은행이 다소 주춤하는 사이 주요 대항마들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새 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비대면 신탁의 규제 장벽을 낮추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6개 신탁 겸영 은행들이 신탁 부문에서 거둔 손익은 총 1조1879억원으로 전년(1조1523억원) 대비 11.9%(135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탁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의 소유자가 어떤 이유로 이를 운용할 수 없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그 재산의 관리나 처분을 의뢰하는 행위다. 통상 큰 조직을 갖추고 신용이 높은 금융사가 수수료를 받는 사업으로 신탁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금융사들 중에서도 신탁 업무를 겸하고 있는 은행을 가리켜 신탁 겸영 은행이라 부른다.

국내 은행 신탁 시장은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신탁 겸영 은행들의 연간 신탁 손익은 ▲2014년 6936억원 ▲2015년 7415억원 ▲2016년 7880억원 ▲2017년 1조1523억원에 이어 지난해 1조2000억원에 육박하며 최근 5년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은행별로는 국내에서 신탁 영업의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역성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신탁 손익은 3049억원으로 전년(3180억원) 대비 3.8%(121억원) 감소했다.

신탁 사업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주요 은행들 가운데 이처럼 해당 분야의 실적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뿐이었다. 우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처음으로 연간 신탁 이익 2000억원대로 올라서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850억원에서 2125억원으로, KEB하나은행은 1744억원에서 2064억원으로 각각 14.9%(275억원)와 18.4%(320억원)씩 신탁 손익이 증가했다.

다른 주요 은행들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랐다. 우리은행의 신탁 손익은 1489억원에서 24.4%(363억원) 늘어난 1852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 역시 944억원에서 1204억원으로 27.6%(213억원) 증가하며 1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IBK기업은행도 771억원에서 984억원으로 27.6%(260억원) 늘며 연 신탁 손익 1000억원 경신을 눈앞에 뒀다.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신탁 영업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현장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안 50개를 발표했는데, 신탁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비대면 특정금전신탁 설명 의무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가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하거나 금전의 운용방법을 변경할 때 위탁자의 자필 서명 내지 기명날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신탁이 신임 관계에 기반 한 1대 1 계약인 만큼, 신탁업자는 위탁자에게 거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고 위탁자의 지시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비대면 방식으로도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과 운용 방법 변경이 가능해지자, 대면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위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영상통화로 위탁자에게 특정금전신탁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있고, 위탁자가 운용 대상 종류나 비중, 위험도 등을 온라인상에서 기재할 수 있다면 자필서명 의무를 예외로 두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 될 경우 신탁업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규제 완화 초기에 새로운 고객을 선점하려는 금융사들 사이의 눈치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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