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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호·황인범, 벤투호 황태자들의 엇갈린 희비


입력 2019.09.11 08:24 수정 2019.09.11 08:24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나상호, 공격 윤활유 역할하며 선제골 작렬

황인범, 중원에서 공격 활로 개척 못해

[대한민국 투르크메니스탄] 전반 13분 터진 나상호의 선제골이 없었다면 경기는 자칫 꼬일 수 있었다(자료사진).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신뢰한 두 명의 황태자 나상호(23·FC도쿄)와 황인범(23·밴쿠버)의 희비가 엇갈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에서 2-0 승리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평소와 다른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벤투호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황인범이 예상대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은 나상호였다.

벤투호 출범 초기부터 ‘2019 UAE 아시안컵’까지 주로 교체 자원으로 활약한 나상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아시안컵 이후 총 5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출전했지만 교체가 더 많았다. 나상호는 볼리비아(63분), 이란(76분)전에서 선발로 뛰었고, 콜롬비아(21분), 호주(17분), 조지아(28분)전에서는 후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나상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재성, 권창훈, 이강인, 황희찬 등 시즌 초반 잘 나가는 유럽파들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황인범, 김보경까지 포진한 2선 자원의 뎁스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아무래도 나상호가 이토록 촘촘한 틈바구니 속에서 선발로 낙점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선의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장한 나상호는 경기 초반부터 경쾌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9분 상대 수비수를 끝까지 따라붙으며 압박한 끝에 골라인에서 공을 가로챘다. 이후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왼발슛을 시도하는 등 투르크메니스탄 수비를 위협했다.

벤투 감독의 선택이 완전히 옳았음을 입증한 것은 전반 13분. 오른쪽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나상호가 지체 없이 오른발 인사이드로 밀어 넣었다. 공을 잡아 놓으며 템포를 떨어뜨리는 대신 논스톱으로 처리한 판단력과 골 결정력이 돋보인 장면이다. 그동안 A매치에서 득점과 인연이 없었던 나상호는 8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전반 중반부터 한국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전반 13분 터진 나상호의 선제골이 없었다면 경기는 자칫 꼬일 수 있었다.

킥오프 때 4-1-4-1이었던 포메이션은 전반 30분부터 전반 종료까지 4-1-3-2로 운영됐다. 이 시스템에서 나상호는 2선의 왼쪽 미드필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후반전부터 재차 4-1-4-1로 회귀함에 따라 나상호 역시 처음과 같은 오른쪽 윙어를 맡았다. 번뜩이는 플레이는 없었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고, 후반 20분 권창훈과 교체됐다.

황인범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투쟁적이고 넓은 활동반경에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뚜렷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잦은 패스 미스로 인해 공격의 흐름을 끊었고, 투르크메니스탄의 역습을 초래했다. 주장 손흥민이 3선까지 내려오며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대신했다.

한국은 불안한 리드 끝에 후반 37분 정우영의 프리킥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승리에도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결과에 비해 내용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상대는 피파랭킹 132위에 불과한 약체다. 찬사보단 질타를 받아야 할 경기였다. 중원에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해지 못한 황인범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비단 부진은 이번 경기뿐만 아니다. 황인범은 아시안컵부터 3월과 6월 평가전에서도 줄곧 선발 출전했지만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를 반복한 바 있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황인범의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주전 자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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