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8K TV와 AI 가전에 폴더블폰으로 압도
양·질 동반 성장하는 中과 전통에 기술 더한 유럽
신제품 부족 日, 혁신·차별화 부재로 존재감 약화
삼성·LG, 8K TV와 AI 가전에 폴더블폰으로 압도
양·질 동반 성장하는 中과 전통에 기술 더한 유럽
신제품 부족 日, 혁신·차별화 부재로 존재감 약화
올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단연 돋보이는 행사였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폴더블과 듀얼스크린 등 새로운 스마트폰 제품들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체의 절반 가까운 800여개 업체가 참여해 인해전술을 펼친 중국과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리려는 유럽이 추격을 펼친 가운데 일본은 혁신과 차별화 부재로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쎄 베를린에서 엿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IFA 2019’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부스였다. 양사는 예년 행사때처럼 가장 앞선 TV와 가전 제품을 선보인 것은 물론, 폴더블과 듀얼스크린 등 새로운 폼팩터(제품형태) 스마트폰 신제품을 전시하며 단연 주목을 받았다.
◆8K TV에 새로운 폼팩터 스마트폰...코리아 명성 재확인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은 8K(해상도 7680x4320) TV였다. TV가 CES나 IFA 등 가전 전시회의 메인 테마였던 점도 작용했지만 초고화질을 구현한 대형 스크린은 관람객들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4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가 유력한 삼성전자는 8K QLED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주도권 공고화에 나섰다. 그동안 65·75·82·98형 등 대형 제품 위주였던 것에서 55형 제품까지 추가하며 8K 대중화 행보에 나섰다. 또 전시장 벽 한 쪽을 146형과 219형 마이크로LED 스크린을 전시해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LG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88형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품을 처음 선보이며 OLED를 내세운 기술 차별화를 강조했다. 또 올 초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 첫 선을 보인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양사는 예년과 달리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도 내놓으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를 지난 2월 공개 이후 접히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개선한 뒤 이번 IFA 행사에서 일반 관람객들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퍼블릭(Public) 전시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는 유리관 내에 쌓여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살펴볼 수 없었다.
LG전자도 이번 전시회에서 두 번째 듀얼스크린 폰인 ‘LG V50S 씽큐’와 ‘LG 듀얼 스크린’ 신제품을 공개했다. 양사의 전시부스에는 행사 개막과 동시에 이들 스마트폰을 살펴보려는 관람객들로 긴 줄이 형성되는 등 행사 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구성을 바꾸는 맞춤형 모듈 냉장고 '비스포크'로 라이프스타일 가전 시장 창출을 강조했고 LG전자는 세탁물의 재질을 분석해 최적의 세탁코스 제시하는 인공지능(AI) DD모터를 탑재한 세탁기도 선보이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AI 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카피캣‘ 中의 빠른 발걸음...전통에 기술 입히는 歐
중국 업체는 과거보다 더 커진 위상을 자랑했다. 총 862개 업체가 참가하며 행사 전체 참가 업체(1814개) 중 절반 가량으로 양적으로 많은 것 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디자인 등 질적인 향상도 재확인됐다.
일본 대표 전자업체였지만 지난 2016년 타이완 홍하이그룹(폭스콘)에 인수돼 지금은 사실상 중화권 업체인 샤프는 5G와 8K라는 양 날개로 부활을 예고했다.
전시부스 전면에 초대형 120인치 8K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을 전시하고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 모뎀을 탑재해 고화질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전시부스 벽면에 ‘8K+5G 에코시스템(Ecosystem)’을 명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스카이워스도 120인치 8K 제품을 전시부스 중앙에 선보이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지난 2015년 인수한 독일 브랜드 ‘메츠(METZ)’와 함께 공동 전시부스를 구성한 스카이워스는 88인치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품도 나란히 전시하며 초대형 시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최대 TV 제조사 중 하나인 TCL은 AI를 탑재한 'TCL 8K QLED X' 시리즈를 선보이며 샤프와 마찬가지로 5G 기반으로 초고화질 제품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TV 전시부스 벽면에 8K+5G를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폴더블 태블릿 시제품을 전시하며 IT기기 분야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이밖에 창홍은 삼성전자의 '더 세로'와 LG전자의 '오브제'를 반반씩 섞어놓은 제품을, 콘카는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과 비슷한 제품을 각각 전시했다. 또 하이센스는 업스케일링 기능을 탑재한 8K TV 신제품을 선보이며 화질에서도 강력한 추격을 예고했다.
허태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상무는 “중국 브랜드는 기술 수용도가 빠르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쫓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행사 오프닝 기조연설자로 나서 세계 첫 5세대 이동통신(5G) 통합칩 출시를 발표하며 기술력 향상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와 퀄컴보다 빠른 행보로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5G 통합칩 '기린 990 5G'은 차기 스마트폰 '메이트30'에 탑재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려는 유럽 업체들도 추격을 예고했다. 전통적인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기술면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듯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보쉬는 이번 행사에서 AI기술이 가미된 ‘보쉬 세리에 8’ 센서 오븐을 비롯, 빌트인 가전 악센트 라인 카본 블랙, 커넥티드 조리기구 쿠킷, 커넥티드 세탁기 및 건조기, 비타 프레쉬 시스템 적용 냉장고,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환기 후드 등을 선보이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는 조합을 통해 색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베리오 스타일 냉장고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와 비슷한 컨셉으로 색상 변경이 쉽도록 교체가 용이한 전면 도어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 도어는 숨겨진 돌출부와 자석으로 이루어진 부착 시스템으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냉장고 전면부를 교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앞쪽을 부드럽게 당기고 들어올려 교체하는 것으로 디자인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120년 역사를 보유한 독일 대표 가전 기업인 밀레도 기오븐과 인덕션, 식기세척기, 스팀오븐, 전자레인지, 커피머신에서 애드로드와 워시2드라이 등 세탁·건조 부문 신제품과 함께 스마트홈 기능을 강화해 혁신을 강조한 제품들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또 터키 베스텔은 120인치 초대형 초고화질(UHD·4K) TV와 함께 디자인 인테리어 업체 팔모(Palmo)와 협업한 'Palmo OLED TV'를 삼성전자 셰리프 TV와 비슷한 컨셉으로 전시했다. 독일 뢰베는 비스포크처럼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냉장고 컨셉 제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달래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 리빙프로덕트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세탁기의 경우, 우리가 애드워시와 쿽드라이브를 내세워 에너지·시간 절약 등 차별화 기술로 지속적인 혁신을 꾀해왔다”며 “이번에 중국 업체들뿐만 아니라 밀레나 보쉬 등 유럽업체들도 많이 쫓아 왔던데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혁신·차별화 부재...과거 명성에 기댄 日
반면 일본 업체들은 행사에서 존재감이 점점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과 차별화 요소가 부재하면서 과거 명성에 기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축적된 브랜드 파워로 관람객들은 많았지만 관람 후 평가는 대체로 낮았다.
소니는 스마트폰 신제품 ‘엑스페리아’를 공개했지만 TV와 가전에서 특별한 신제품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과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워크맨’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카세트테이프를 넣는 방식의 옛 모델의 디자인을 채택한 MP3 플레이어를 전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파나소닉도 신제품이 없다보니 관람객들의 뇌리에 각인 효과는 적었다. 구체적인 제품 스펙 중심에서 벗어난 섹션별로 나눠 스토리텔링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시도했지만 시선이 분산되는 효과만 낳았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은 IFA 행사의 스타트업(신생벤처) 전시관인 ‘IFA 넥스트(NEXT)’의 첫 번째 주빈국가로 나섰지만 관람객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IFA 측이 사상 최초로 도입한 글로벌 혁신 파트너 후원 국가에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선정됐지만 혁신과 차별화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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