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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용퇴…“43년 바친 LG, 후회 없다”


입력 2019.11.28 18:18 수정 2019.11.28 18:19        김은경 기자

韓 가전 세계 최정상 올려놓은 ‘장인’으로 남아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쎄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내 LG전자 전시부스에서 송대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사장·왼쪽)과 함께 인공지능(AI) 전시 존인 'LG 씽큐 홈(ThinQ Home)'을 둘러보고 있다.ⓒLG전자

韓 가전 세계 최정상 올려놓은 ‘장인’으로 남아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가전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올려놓으며 ‘가전신화(家電神話)’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은퇴한다.

28일 LG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권봉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 사장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조 부회장은 2016년 말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며 LG브랜드를 글로벌 1위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상반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미국 월풀을 앞서며 또 하나의 신화를 더했다.

조 부회장은 1976년 9월에 입사해 LG전자에서만 만 4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생활가전 세계 1위…‘新 가전’ 트렌드 이끌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9월 금성사(LG전자 전신)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된 시절이었지만 그는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하며 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전반을 맡았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조 부회장은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가전’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가전업체로 처음으로 초(超)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LG SIGNATURE)’, 超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을 론칭시켰다.

조 부회장은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세상에 없던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H&A사업본부는 4년 연속 매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내 모든 사업에 혁신 DNA 이식

조 부회장은 생활가전에서 쌓아온 글로벌 성공체험을 바탕으로 LG전자 全 사업에 혁신 DNA를 이식해왔다. 조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오스트리아의 ZKW를 인수했다.

조 부회장의 프리미엄 전략은 TV사업에서도 주효했다. 그는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올레드 TV에 집중하며 TV사업의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그는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역량강화에도 힘썼다. 미래사업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로봇사업센터와 같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해외에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미래사업을 위한 역량 강화에 매진했다. 국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재들과 직접 만나며 인재 영입을 직접 챙겼다.

외부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미래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빠르게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구성원 배려하는 따뜻한 카리스마

조 부회장은 경영자가 아닌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주기적으로 많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래준비를 위해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성공 방식, 관행적으로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발 빠르게 시장을 살피고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그 가치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섰다.

조 부회장은 지금이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을 위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춘 젊은 사업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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