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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인터뷰①] 손학규 "전국 정당 만든 뒤 호남 통합"


입력 2020.01.24 06:00 수정 2020.01.24 20:38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국민은 이념대결 지겨워해…제3지대 커질 수밖에"

"바른미래 잘 정비하면 국민의당보다 성공 가능"

"보수통합行서 당 지켜…안철수 생각 들어봐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3일 제3지대 통합 방향과 관련해 "전국정당을 먼저 만든 뒤 호남정당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정당들은 촉박한 총선 일정을 고려해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손 대표가 구상하는 제3지대 통합은 다소 결이 달랐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호남정당)과 통합은 기정사실"이라면서도 "제3지대가 자칫 호남통합으로 결론나서는 안 된다. 호남정당부터 통합하면 새로운 세력은 합류를 거부할 것이고, 정치구조를 바꾸는데 역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호남통합은 '제3세력'이 아닌 '호남의 제2세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중앙에서 중도실용을 지향하는 세력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호남인들도 중앙에서 역할하지 못하는 정당을 중요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향후 제3지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국민은 거대 양당의 극단적 진영 논리와 이념 정치를 지겨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바른미래당이 거대 양당을 대체할 정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금은 바른미래당이 내분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체제를 잘 정비하면 가장 큰 제3당이 될 수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얻은 의석수(38석)보다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양당의 극단정치를 비판한 손 대표는, 자신이 당권을 지켰던 이유 역시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에 통합돼 한국정치가 민주당과 보수통합당의 양대진영으로 갈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른정당 출신들은 손학규를 내몰고 당권을 장악해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하려 했다"며 "그들은 부인하지만, 결국 탈당해 새보수당을 창당한 지 닷새 때부터 통합을 논의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 출신들이 탈당한 이후에도 내홍을 겪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 이후 안철수계 의원들은 손 대표를 향해 당권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안 전 대표와 만나 당권을 놓고 '담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중재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미 안 전 대표의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 밝혔다. 이제는 안 전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안철수계 의원들이 요구하는 '사전사퇴'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것이 안 전 대표의 뜻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하 손학규 대표와의 일문일답.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Q. 4·15총선 민심 어떻게 보고 있나.


A.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은 중요한 화두가 되겠지만,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인 표를 갖고 있더라도 국민들로부터 또다시 버림받을 것이다. 중간층이 넓어지고, 제3지대 중도실용 정당이 생겨나 그 층을 차지할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지금 내분과 내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체제를 정비하면 가장 큰 제3정당이 될 수 있다. 지난번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서 얻은 의석수보다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Q. 제3지대 중간층이 넓어질 것이라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A. 국민들은 거대양당의 극단적 대결과 진영논리 싸움을 지겨워하고 있다. 작년 국회에서 보듯 식물국회 아니면 동물국회다. 경제발전에는 아무런 기여를 못 하고, 오히려 정치가 경제발전을 저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안보·평화 실패는 총선에서 최대 화두다. 그러나 한국당을 떠올렸을 때 기억나는 것은 삭발, 단식, 장외투쟁 이런 것뿐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대권 욕심밖에 없다. 야당은 여당을 무조건 발목 잡고, 야당은 그런 야당을 무시한다. 이제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Q.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도 양당정치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제3세력 통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함께 할 생각이 있나.


A. 그들과의 통합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호남정당과이 통합부터 시작하면 자칫 제3지대 통합이 호남 세력 통합으로 결론 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세력들은 합류를 거부할 것이고, 정치 구조를 바꾸는데 역할할 수 없다. 그건 제3세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호남에서 제2세력을 만들자는 거다.


우선 중앙에서 제3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다음 호남정당과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정당득표와 안철수 신드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남인들도 중앙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호남정당은 중요시 여기지 않을 것이다.


Q. 바른미래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수많은 당대표 흔들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대표직을 지켜온 이유가 무엇인가.


A. 나는 당대표가 되고, 제1당은 민주당이 불가피하더라도 제2당은 바른미래당을 키워서 보수정당을 오른쪽으로 밀어내고 민주당과 1~2당 경쟁을 한다, 그리고 그 세를 밀고 나가 집권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른정당 출신 사람들은 손학규를 내몰고 당권을 장악해 한국당과 통합을 하려 했다. 그들은 부정하지만, 탈당해 새보수당을 창당한 지 닷새 때부터 통합을 논의하지 않았나.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으로 통합된다면 다시 더불어민주당과 보수통합당의 양대진영으로 회귀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바른미래당을 중도실용 제3당으로 지켜야 했다.


Q. 안철수계 의원들은 여전히 당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면 안 전 대표와 만날 텐데, 중재안이 있나.


A. 나는 내 입으로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안 전 대표의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안 전 대표에게 다 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제 안 전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에서 이야기하는 사전사퇴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것이 안 전 대표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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