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불투명·북미 대화 교착에 '총선 바람' 소재 상실
'반일감정 조장' 총선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 해석…靑 "사실무근"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의적 특성상 4·15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반일(反日)감정 조장을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지지율 하락의 흐름은 끊기지 않고 있다. 이런 국면마다 포퓰리즘적 행보를 해왔던 문재인 정부 내에서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방한이라는 '빅 이벤트'를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년 가까이 북미 간의 대화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우려스러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대선 전 북미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못박았다.
총선을 두달 여 남겨 놓고 '바람'을 일으킬 만한 사안들이 제 힘을 잃으면서, '지소미아 카드'가 갑작스레 대두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지소미아의 조건부 유예 결정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원상 복구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與 보고서 "한일 갈등 사태, 총선서 긍정적 영향 줄 것"
만약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를 강행한다면, 일본은 수출규제에 이은 또 다른 보복 조처를 내릴 공산이 있다. 이 경우 반일 감정이 조장돼 '조국 사태' 이후 등 돌린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주된 분석이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분석한 보고서 내용도 이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당시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서 "일본의 무리한 수출 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다"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2일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다시 반일 감정을 꺼내 들었다"며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 든 건 총선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엄청난 비판을 받고서도 선거 승리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또다시 반일감정 조장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총선을 앞두고 반일 선동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면 참 심각하다"며 "파국으로 치달은 지소미아 파기는 '동맹 뺨 때리고 제 눈 찔렀다'는 대내외 평가가 컸다. 무책임한 반일 선동은 총선에서도 오히려 여당에 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지소미아 폐기로 지지층 결집? 현실성 없어"
전문가들도 지소미아 폐기를 '총선용 카드'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소미아 폐기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핵심 지지층은 정부가 뭘 해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미국과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경제 상황 악화와 북미 대화 교착, 시 주석 방한 문제까지 불투명해지니 여권으로서는 총선 호재가 없는 셈"이라며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방법은 최후의 카드다. 총선 승리의 불을 지필 수 있는 하나의 불쏘시개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련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줄곧 일본 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며 "현재는 지소미아 종료 시점에 임박해서 결정했던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고,특별하게 다시 논의됐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