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참석 주주 적어도…전자투표제로 의결 주식 83.4% 참여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주주들로 만석이었던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이 올해는 텅텅 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바꿔 놓은 주주총회장 풍경이다.
19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차 정기 주총은 ‘입장은 삼엄하게’, ‘진행은 한산하게’ 이뤄졌다.
현대차 보안 직원들은 양재동 사옥 정문을 대형 화분 등으로 봉쇄한 채 한두 사람 정도가 지나갈 공간만 열어놓고 주식 보유 여부가 확인된 주주들에 대해서만 출입을 허용했다.
사옥 내부에서도 인원 통제와 코로나19 예방 대책이 철저히 이뤄졌다. 주총장인 서관 2층 대강당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고 미착용자에게는 미리 준비해둔 마스크를 제공했다. 손소독제도 비치했다.
열화상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로 주주 한 명 한 명의 체온을 모두 확인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회사 직원들과 외부인들간 접촉을 최소화해 상호 감염을 방지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직원들과 주주 이동 동선도 분리했다. 주주들을 위한 별도의 대기 공간을 마련해 접촉 여지를 차단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총장에 입장한 주주는 단 140여명이었다. 그동안 주주총회 때마다 750석 규모의 대강당이 가득 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원들은 주주들간 접촉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2~3칸씩 떨어져 않도록 안내했다. 착석자 주위 최소 1m의 공간을 확보하라는 기준에 맞춘 것이다.
다수의 인원이 모인 장소를 꺼리는 주주들을 위해 대기공간에 주총을 생중계하는 TV도 마련해 놨다.
주총장은 한산했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해 의결 정족수는 충분히 확보했다. 회사측은 주총 전 주주들에게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는 서신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 주식수는 1억6843만5869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4%에 달했다.
주총을 주관한 이원희 사장의 인사말에도 ‘코로나19’가 빠지지 않았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영환경은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산업 역시 신흥국의 소폭 반등 예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산업수요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적 신차 런칭을 통한 판매 확대 및 수익 강화, 과감하고 근본적인 원가구조 혁신,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실행 본격화, 고객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참석한 한 주주는 “코로나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디 잘 대응해서 실적을 개선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현대차 주주들은 김상현 재경본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최은수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최은수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2019년 기말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3000원으로 결정됐다.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총 배당금은 4000원이다. 이사 보수한도는 지난해와 동일한 135억원으로 동결됐다.
사업목적을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에서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하고,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 의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