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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 처음 인정한 北, 방역협력 속도 붙을까?…"여유 있다면 대구부터 도와야"


입력 2020.04.14 04:30 수정 2020.04.14 05:2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코로나19 관련 당 회의 처음으로 개최

최고인민회의에선 보건부문 예산 7.4% 증액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해 대응책 마련 나섰다는 평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보건 분야 예산을 증액했다.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공개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 향후 방역협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를 열고 보건 부문 예산을 지난해보다 7.4% 증액했다. 최근 2년 간 보건 부분 투자 증가율이 6%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 잡았다는 평가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우리의 정기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당 지도국가라는 특성상 핵심 의제는 최고인민회의 직전에 열리는 당 회의에서 결정돼 왔다. 실제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앞서 개최된 당 정치국 회의 주요 결정사항의 후속조치들이 논의됐다.


김 위원장이 주관한 지난 11일 당 회의에선 △신종 코로나 대응 방안 △2019년 국가예산 집행 정형과 2020년 국가예산 △간부(인사) 문제 △조직 문제 등 4가지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대응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해당 회의에선 당 중앙위원회·국무위원회·내각의 공동결정서인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해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가 채택됐다. 결정서에는 △비상 방역사업 강화 방안 △경제건설·국방력 강화사업·인민생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모든 부문·모든 단위의 투쟁과업과 방도 등이 담겼다.


당 회의 바로 다음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선 △재자원화법 △원격교육법 △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 △2019년 사업정형과 2020년 과업 △2019년 국가예산집행 결산 및 2020년 국가예산 △조직 문제 등 6가지 의안이 처리됐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정면돌파전' 수행과 코로나19 대응 등 현 상황에 대응하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법령들을 일괄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정면돌파를 선언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를 피할 수 없게 되자 관련 대응에 나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민 생활과 관련된 보건·교육·사회문화 등 민생 및 애민 예산증액은 자력갱생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작년처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내외 메시지를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당 회의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직전 개최된 당 회의 참석 후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은 지난 2018년 제13기 제6차 회의에서 이어 두 번째다.


양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작년 김 위원장 시정연설과 같은 이벤트가 없는 것은 올해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자국 내 코로나19 방역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대외 메시지를 공개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대내 이슈'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통일부 "북한과 보건협력 필요"
방역 전략 '본말전도' 우려 제기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장기전 채비 나선 정황들이 감지되자 방역협력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국내 민간단체가 마련한 1억 원가량의 손 소독제를 지원받기 위해 계약서 작성에 응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민간단체 외에도 두세 곳의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직면해 있는 것 같다"면서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과 보건협력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섣부른 지원 추진으로 방역 전략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민간단체에서 십시일반 모아서 북한 지원에 나서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국내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 추진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전 원장은 "방역협력은 차분하고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여유가 있다면 대구부터 도와야 한다. 앞뒤가 바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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