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도사’ 이충희부터 ‘메직히포’ 현주엽까지 모두 아쉬운 퇴장
총 7명의 감독 거치는 동안 번번이 우승 문턱서 좌절
프로농구 창원 LG가 또 다시 우승 숙원을 풀지 못하고 사령탑 교체에 나섰다.
LG는 지난 9일 " 2019-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 되는 현주엽 감독과 동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계약 검토 과정에서 현주엽 감독 본인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구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프로농구를 알리고, LG를 인기 구단으로 올려놓은 현주엽 감독이지만 역시 프로는 성적이 뒷받침돼야 했다.
왕년의 농구대잔치 스타 현주엽 감독을 통해 우승을 노렸던 LG는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사령탑 교체에 나서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보지 못한 팀은 LG를 비롯해 인천 전자랜드, 부산 KT 등 세 팀이다.
징크스 못 깬 현주엽, 스타 출신 감독의 씁쓸한 퇴장
스포츠계에는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은 실패한다’는 정설이 있다. 현주엽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현역 시절 ‘매직 히포’로 불리며 한국 농구를 주름 잡았던 현주엽 감독은 지난 2017년 4월 창원 LG의 제 7대 감독으로 선임돼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감독 데뷔 시즌인 2017-18시즌 17승 37패로 9위에 그치며 프로의 쓴맛을 본 현 감독은 2018-19시즌 정규리그서 30승24패로 3위를 기록한 뒤 플레이오프서 4강까지 진출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FA 자원 김종규가 시즌을 마친 뒤 원주DB로 떠나면서 전력이 약화됐고,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 등으로 인해 2019-20시즌 9위에 그치며 LG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한 때 FA 김종규를 잔류 시키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도 실패한 구단의 책임론도 부각됐지만 현주엽 감독은 LG서 명예회복을 포기하고 씁쓸한 퇴장을 선택했다.
이충희·김태환, 살리지 못한 첫 우승 기회
1997-98시즌부터 KBL에 참여한 창원 LG는 창단과 동시에 곧바로 우승기회를 잡았다.
‘슛도사’ 이충희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해 첫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농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역 시절 공격서 강점을 보인 이충희 감독은 당시 원년 멤버인 박재헌, 박훈근, 박규현 등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심으로 창원에 농구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데뷔 첫 해에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고도 부산 기아(현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밀려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2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태환 감독은 이충희 감독과는 다른 농구 색깔을 보여줬다.
2000-01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캥커루 슈터’ 조성원, 효자 용병 에릭 이버츠, 고감도 3점슛 감각을 뽐냈던 조우현 등을 앞세운 화끈한 공격 농구로 LG의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LG는 재계 라이벌 수원 삼성 썬더스(현 서울 삼성 썬더스)와 챔피언 결정전서 1승 4패를 기록하며 또 다시 창원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환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고도 끝내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다.
절호의 기회 놓친 최장수 감독 김진
지난 2011년 LG의 6대 사령탑에 내정된 ‘코트의 신사’ 김진 감독은 무려 6시즌이나 LG의 지휘봉을 잡으며 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남아 있다.
특히 2013-14시즌은 LG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통합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LG는 가장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근접했던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3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서 최대어인 경희대 센터 김종규를 품에 넣었고, 직전 시즌 울산 현대 모비스의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김시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귀화 혼혈 선수로 출중한 실력을 보여준 문태종까지 막강한 국내 선수들이 자리했고, 데이본 제퍼슨 등 외국인 선수의 기량도 나쁘지 않았다.
호화 라인업을 앞세운 LG는 2013-14시즌 40승(14패)으로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과 최다승 기록을 세우며 마침내 우승의 한을 푸는 듯 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서 경험으로 무장한 현대모비스의 벽(2승 4패)에 가로막히며 또 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4-15시즌 LG를 정규리그 4위에 올려놓은 김진 감독은 이후 2시즌 연속 8위에 그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