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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독립영화에도 기회와 지원을


입력 2020.05.03 07:00 수정 2020.05.03 08:3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코로나19로 생계 유지 어려운 수준

한국 영화 양극화 점점 심해져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독립영화는 항상 선보일 기회가 적었어요. 코로나19요? 말할 것도 없죠."


최근 개봉한 한 독립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터의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영화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독립영화는 상황이 더욱더 심각해졌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이달 6∼12일 독립영화 단체 및 기업 23곳과 개인 52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실태 조사에서 독립영화인 중 절반에 가까운 42%가 코로나19 사태 기간 수입이 전혀 없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독립영화 단체 및 기업 23곳과 개인 52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결과다.


전체 개인 응답자의 35%는 제작 분야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 제작이 중단되면서 수익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교육으로 인한 수익도 없다. 독립영화 자체가 큰 수익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 프리랜서들에게 영화 관련 교육은 주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교, 미디어센터, 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개봉한 영화들도 피해를 봤다.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개봉일이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맞물려 예정된 개봉관의 3분의 1 정도에서만 작품을 선보였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호평을 얻었지만 영화관 휴업 등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한 독립영화인은 "개인 카드대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대구 지역의 프리랜서의 경우, 영화 관련 매출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영화 산업 전반을 일으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지만, 프리랜서와 비영리활동 위주의 독립영화는 정부 지원에서도 배제됐다고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은 주장했다.


한 독립영화 감독은 "독립영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선보일 기회조차 적었다"며 "잠깐 극장에 걸렸다 내려오면 끝일 정도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왜 그렇게 독립영화를 피하는지 모르겠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독립영화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가 된 배우, 감독들은 독립영화를 거쳤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으로 이름을 알린 이제훈, 박정민을 비롯해 김태용 감독의 '거인'으로 눈도장을 찍은 최우식 등이 독립영화가 배출한 스타들이다. 이들은 이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는 자리매김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1994)도 빼놓을 수 없는 독립영화다.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영화인들이 독립영화에서 탄생한 셈인데, 독립영화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한국 영화계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이고, 독립영화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관객들은 잘 만든 독립영화를 볼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독립영화인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균등한 기회와 차별 없는 지원이 필요한 때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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