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등장한 김정은, 대북전단 언급 無
김여정發 '대북전단 때리기' 5일째 이어져
연락사무소 한때 불통…김여정 언급 '최악 국면' 현실화 가능성
"김여정 사실상 2인자 지위 확고한 듯"
백두혈통 남매의 역할분담이 선명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이라는 내치 이슈에 집중하는 사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대남 이슈를 총괄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8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주재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 △화학공업 발전 △평양시민 생활보장 △현행 당규약 개정 △조직(인사) 문제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공세 수위를 높여온 대북전단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신문은 대북전단 관련 보도를 닷새째 이어갔다. 지난 4일 김 부부장 담화를 시작으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5일) △항의군중집회 등 '각계 반향' 보도(6~8일)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면에 싣고 있다.
나아가 신문은 이날 '동족 적대시 정책이 몰아오는 파국적 후과'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까지 실었다. 해당 해설은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전단 살포) 행위는 가장 첫째가는 적대행위"라며 "그것은 사실상 총포사격 도발보다 더 엄중한 최대, 최악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가 "북남관계 파국의 도화선"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북남관계가 총파탄될 수도 있다"고 쏘아붙였다.
신문이 언급한 '최악의 국면'은 앞선 김 부부장 담화에도 담긴 내용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의 '최악의 국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남 총괄부서인 통전부는 지난 5일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의 조치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이뤄졌던 유선 연락이 불발돼 사실상 북측이 사무소 폐쇄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초 남북은 개성에 위치한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뒤 오전 9시,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유선 연락을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측과 유선 연락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금일 오후 공동연락사무소 남북연락협의는 평소대로 진행되었다"면서도 오전 연락 불발에 대해선 "북측의 별도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보도 통해 대내 위상 높이고
통전부 담화 통해 대외 위상 과시
'연락사무소 불통'을 통해 김 부부장의 예고와 지시대로 대남 강경 대응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대내외적 위상 강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에 △김 부부장 관련 보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고 △통상 최고지도자에게만 적용되는 '지시'라는 표현이 김 부부장에게 활용된 만큼,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관측이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노동신문에 김 부부장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김여정이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뛰어넘는 사실상 2인자임을 북한 내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남사업 총괄 책임자가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5일 통전부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 '김 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의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힌 것 역시 김 부부장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내의 대남총괄인지 대남총괄TF 수장인지는 불명확하다"면서도 "군사 분야에 있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만 대남관계는 김여정을 통해 메시지를 발산하며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