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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국회 출범 ③] 민주당 '책임' 통합당 '투쟁'…18대0이 남긴 과제


입력 2020.06.30 00:15 수정 2020.06.30 05:58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민주, 야당 발목잡기 탓 못한다…국정운영에 무한책임

통합, 삭발·단식은 안 된다…177석 맞설 투쟁전략 짜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던 국회 관행을 깨고 18개 상임위원장 전석을 독식했다.


이로써 국정 운영이 꼬일 때마다 '야당의 발목잡기' 탓을 해온 민주당은 집권 후반기 말 그대로 '무한 책임'을 지게 됐다. 동시에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177석 거대여당 민주당에 맞서 현명하게 투쟁하고 견제하는 새로운 전략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은 177석 절대다수 의석을 근거로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그 주장이 실현된 지금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상임위원장 전석을 내준 미래통합당이 사안마다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제기할 경우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이라는 수적 우위를 점한 만큼 각종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온전히 민주당이 짊어져야 한다.


민주당 국회의원도 기본적으로는 개개인이 헌법 기관인데, 행정부가 만들어준 법을 통과시켜주는 역할만 하는 '통법부'가 된다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차기 당권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의원은 단순히 당정청 간 원팀을 이끌어야 하는 '관리형 대표'가 아닌, 미래 권력을 꿈꾸는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구성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그 책임이 '통합당'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주도로 민주당의 단독국회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 한다는 뒷이야기가 나온다"(천준호 의원), "끝내 합의를 거부한 통합당의 속내는 '어디 일 잘하나 두고 보자'는 재 뿌리는 심정일 것이다. 11대7로 나눠먹기 하는 것보다 책임여당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된다"(정청래 의원)는 말이 나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마치고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전석을 싹쓸이한 177석 거대여당에 맞서 어떠한 원내 투쟁전략을 짜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일단 통합당은 민주당의 국회 원구성 강행에 대한 반발로 소속 의원 103명 전원이 상임위원 사임계를 국회에 제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법사위를 비롯한 전 상임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되 몇몇 상임위만 나눠주는 체하면서 들러리를 세우려 했다"며 "총선승리로 인한 민주당의 희희낙락과 일방독주를 국민의 힘으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거대여당의 폭주에 짓밝혔다는 '명분'을 쌓으면서 '동정 여론'에 기대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당 안팎에서는 2022년 대선 레이스까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의 파워업을 위해 시민단체와 오피니언리더 클럽 등 소위 연대 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법사위를 장악한 여당은 모든 것을 재조사하려 할 텐데, 이런 의도를 공표하고 국민 여론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주요 투쟁 전략이었던 '삭발', '단식', '농성' 등은 실패한 전략이라는 자성도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민주화 이후 지속돼 온 견제와 균형의 원리마저 짓밟고 여야 존중과 협치라는 민주주의 기본마저 뭉개버리고 말았다"면서도 "그래도 통합당은 견뎌야 한다. 야당으로서 올바른 주장을 하되 결국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억울해도 삭발은 안 된다. 화가 나도 단식은 안 된다. 열받아도 농성은 마시라. 장외투쟁은 절대 안 된다. 특히 빠루는 안 된다. 이것들은 민주당이 바라는 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냥 외치고 주장하되 질질 끌려가시라.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한심한 의원들만 모여서, 김남국과 김용민과 김진애가 떠드는 모습. 윤석열을 찍어내고 한명숙을 구해내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욕해대는 법사위, 그들만의 목불인견을 국민들이 날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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