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침체 지속…대출 부실 우려 ↑
언택트 확산·비이자이익 창출 노력도…수익 악화 방어
은행권이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혁신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전환 필요성도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재무 건전성 관리와 디지털 혁신을 중점으로 하는 하반기 경영전략을 일제히 수립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되는 건전성 악화 등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졌다”며 경영효율화, 디지털 혁신 등을 주문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건전성·리스크 관리, 언택트 패러다임에 맞춰 새로운 사업기획 모색 등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로 했다.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집중한다.
KB금융지주과 신한금융지주도 오는 10일, 27일 각각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열고 하반기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그룹의 디지털 전환, 금융사로서의 기초체력, 회복탄력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역시 리스크 관리 혁신을 바탕으로 우량 자산을 증대하고 비대면 중심의 고객 접점 확장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상황 분석 및 리스크 재점검을 통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하는 동시에 디지털화를 통한 비용절감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 중 그랜드 오픈 예정인 ‘The K 프로젝트’를 통해 KB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와 고객대면 시스템을 고도화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또한 고객자산에 대한 관리에 보다 집중하고 디지털화에 대한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특히 순이자마진(NIM) 및 신규 비이자이익 창출 노력, 선제적 건전성 관리 등을 정교화해 수익성 하락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체율, 건전성 관리 강화 등 국내외 심사역량을 제고하고 마이데이터 등 신시장 진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재무관리 서비스 구축 및 디지털 자산관리 고도화를 추진하고 언택트 가속화에 따른 개인·기업의 채널 신설 및 정비는 물론 대면 채널도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올해 전략목표인 ‘고객 중심 디지털 휴먼뱅크로 대전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실물경제부진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반영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한 관리 목표를 수립해 대응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하반기 중점 사항으로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전환을 설정한 것은 위기 상황이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조85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8% 급감했다. 순이익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향후 충격을 줄이기 위해 1분기부터 전년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아왔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에 충당금을 쌓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와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