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한은 가까운 친구와 동맹 만나기 위함"
북한과의 물밑 접촉 가능성에 선 그어
반전은 없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대화복귀를 앞당길 만한 '당근'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권한이 있는 나의 카운터 파트를 임명하면 북한은 우리가 그 순간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한반도 비핵화, 한국 사람들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평화로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며 "나는 이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목적이 북한이 아닌 '동맹'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에 선을 그은 것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 방한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과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건 부장관은 "우리는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관련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는 현 상황에 비춰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 한미는 조속한 (대화)재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나는 이러한 입장 하에 앞으로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이 이렇다 할 대북 유화카드 없이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한 만큼,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이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북한 역시 외무성 소속 최선희 부상과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선회 없이 '미국과 마주앉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KBS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반도 정세를 '현상 유지' 수준에서 관리하려 들 것이라며 "북한은 그렇게 갈 경우 대북제재로 인해 자기들만 손해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서 오히려 차후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건 부장관은 내일 청와대에서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뒤 같은 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트럼프, 3차 북미정상 회담 가능성 부인 안해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그레이 TV'와의 인터뷰에서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자가 '김정은과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고 재차 묻자 "만약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I would do it if I thought it was going to be helpful. Yeah.)"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