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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⑯] ‘오페라의 유령’ 데보라 캐디 “앙상블, 작품 속 보통의 사람들”


입력 2020.07.17 16:09 수정 2020.08.07 14:3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무대 오를 수 있음에 감사"

8개월 째 접어든 월드투어, 내달 8일 서울 공연 마무리

ⓒ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해 12월 부산공연부터 시작해 현재 서울 공연까지 어느덧 8개월째에 접어들었고, 내달 8일 공연을 끝으로 지역을 옮겨 대구 계명아트센터(8월 19일부터 9월 27일까지)에서 관객들은 만날 예정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행 중인 이번 ‘오페라의 유령’ 공연은 배우들에게도 더 없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무대다.


호주 출신 배우 데보라 캐디(Deborah Caddy)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앙상블 싱어이자 마담 지리 커버를 맡고 있는데, 유독 이 작품과 인연이 깊다. ‘오페라의 유령’(1994) 호주 프로덕션이 그의 첫 프로 데뷔 무대였고, 월드투어로 지난 2005년과 2013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 서울을 방문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많은 것들이 그대로다”라는 데보라 캐디의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의상과 소품 일부는 호주 프로덕션 당시 사용되었던 것들 그대로다. 데보라 캐디는 그 당시 입었던 마스커레이드 장면의 의상을 현재 진행 중인 투어에서도 그대로 입고 있다. 이는 ‘오페라의 유령’의 인기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작품이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바로 작품 자체가 가진 ‘클래식’한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참여한 ‘오페라의 유령’ 프로덕션은 1994년 호주 프로덕션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의 오디션을 거쳐 시드니 시즌의 2년차 되던 해에 캐스팅됐습니다. 시드니에서 2년간 공연을 했고,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 투어를 했습니다. 4년을 넘게 참여한 셈이죠.


- 마담 지리 캐릭터의 커버를 맡고 계시다고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을까요?


마담 지리의 미스터리함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유령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런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연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 또는 장면이 있나요?


마담 지리로서 말씀드리자면, 라울과 함께 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어요. 관객들에게 유령의 배경에 대해 정보를 주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앙상블 역으로서 참여할 때는 극중극 장면인 한니발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경매장면 뒤 시간을 거슬러서 등장하는 두 번째 장면인데요, 등장인물들을 살펴보고 관객이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 장면에는 많은 정보가 나오고, 그 정보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 국내외의 앙상블에 대한 인식 차이도 듣고 싶습니다.


‘앙상블’은 작품 속의 평범한 사람들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의 스토리에는 2~3명의 메인 캐릭터가 나오고, 그 외 조연 격의 캐릭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그들과 연관이 있는 그룹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데, 3명의 메인 캐릭터 인 유령, 라울, 크리스틴이 있고 그 다음에는 오페라 하우스의 운영자들과 오페라 하우스의 메인 퍼포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페라 하우스의 발레리나들과 싱어들이 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싱어들과 발레리나들 없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설명이 안 될 거예요. 그들은 스토리를 더 사실적으로 만들고, 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 무대에 서면서 어려운 점들은 없나요?


저는 마담 지리 역을 할 때 긴장하는 편이에요. 완벽히 연습을 해도 공연을 서게 되면 항상 떨리더라고요.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우리로 인해 감동을 받은 관객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 관객들이 웅성거리거나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했던 대사나 연기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막 마스커레이드 장면을 시작할 때 웅성거리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됩니다. 앙상블이 계단에 여러 마네킹과 함께 서 있다가 갑자기 음악과 함께 우리가 움직이는 장면에서요. 이때 저희가 입는 의상과 무대가 매우 다채롭거든요. 관객들이 그 장면을 즐겁게 보시는 것 같아요. 종종 그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런 반응들이 모두 무대 위의 배우들에겐 보람이죠.


- 노래와 연기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그 전에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야외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경복궁 산책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경복궁 문을 닫은 상태라, 일주일에 몇 번씩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는 편입니다. 서울 공연이 끝나기 전에 경복궁이 다시 문을 열면 좋겠어요. 그곳의 다람쥐들이 그리워요!


-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높고, 그만큼 오랜 기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페라의 유령’은 ‘미녀와 야수’와 같은 느낌의 클래식한 공연입니다. 복잡한 내용이지만 선인과 악인 사이의 삼각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이야기죠. 사람들은 ‘언더독’을 응원하지만, 그러면서도 착한 사람이 이기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보통 크리스틴이 누구와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생기기도 하고요. 흥미로운 스토리에 아름다운 음악, 멋진 무대, 화려한 의상, 그리고 뛰어난 노래와 춤이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 배우로 오랜 시간 참여했지만, 저 또한 여전히 이 작품을 사랑합니다.


- 해외에서의 공연과 한국에서의 공연 무대에 설 때 각 나라의 관객들의 관람 방식이나 태도 등에 다른 점도 있을까요?


한국 관객들은 매우 열정적이에요. 또 ‘오페라의 유령’이란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공연 내내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는 확실히 느꼈죠. 덕분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정말 즐겁습니다. 지난해에 역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초연을 텔 아비브에서 했었는데, 그곳의 관객들 또한 훌륭했습니다. 리듬에 맞춰 모두들 박수를 치며 저희에게 감사함을 전했는데, 정말 색다르고 재미있었어요.


- 다른 때보다 이번 내한공연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배우로서 관객 여러분을 위해 공연에 설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가끔 관객 분들을 바라볼 때, 현 시국을 잊고 예전과 같은 삶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어요.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제외한다면요. 현재 호주는 사실상 공연이 없고 6개월, 아니 사실 내년까지도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은 저희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줬고, 열성적인 반응을 보여줬죠. ‘오페라의 유령’은 그들의 마음에 와 닿는 공연임이 분명하고, 관객들과 함께 이 공연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영광입니다.


- 물론 철저한 방역 아래 공연을 진행하고 있지만, 심적인 불안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그곳은 제 ‘안전지대’거든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동네를 다니기도 하지만, 주로 방 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는 편이에요. 정신적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안정이 되거든요.


- 가족들과 오래 떨어져 있는 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가족들의 걱정도 클 테고요.


가족과 떨어져 있는 건 정말 힘들어요.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제한이 되니까요. 남편이 서울 공연을 보러 오기로 했었는데, 사실상 불가능해졌잖아요. 지금은 휴대전화 앱으로 자주 연락하고 있어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뽀뽀를 날려주는 것을 좋아합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에도 ‘오페라의 유령’을 찾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멋지다’는 거예요. 늘 여러분이 우리 공연에 보내주는 사랑과 지지에 감동을 받습니다. 또 극장에서 안전 수칙을 잘 따라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남은 공연에 최선을 다해 임할 거예요. 저는 마스커레이드 장면에서 밝은 파란색 가발을 쓴 사람이니, 공연 중에 저를 눈여겨 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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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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