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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혼란, 과연 해법은 없는가


입력 2020.08.22 08:00 수정 2020.08.20 18:43        데스크 (desk@dailian.co.kr)

유동성에만 의존해 급성장 거듭하는 부동산시장 경계해야

작금의 부동산 시장혼란은 정부의 졸속 정책 쏟아내 벌어진 사태

규제 중심이 아니라 취득세 중과 등 활용해 차별 발생 않도록 해야

어느 지역이든 보편적 이익향유 정책 펴서 가격간극을 줄이도록

6.1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축인 20대 여성층이 윤미향과 박원순 사건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더니 철옹성 같았던 40대마저 성난 부동산 민심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23번 발표하였다는 점은 정부로서도 얼마나 고심하고 힘들어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부동산정책의 원칙은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량을 적정화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투기·탈세 집단을 엄벌하고 다주택자나 비거주주택자에게 중과하는 등의 정책을 편다. 공급량 확충을 위해 도심의 용적률을 완화하고 재개발, 재건축을 시행하며 신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정책을 시장원리에서 벗어나 강남 집값이나 임대인을 잡겠다는 방식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엉클어지기 시작한다.


다주택자를 겨냥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때문에 지방의 집값이 하락할 수 있듯이 복잡한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감독기구를 신설한다거나 수도이전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이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 불평등지수의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 가격이다. 생산성도 수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유동성에만 의존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경계하여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부동산이 우리사회에서 부를 증식하는 주요 수단으로 이용돼 왔기 때문에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이고 자연스럽게 투기수요가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특정 투기 세력을 근절하기 위한 핀셋정책을 펴야 함에도 부동산 정책과 규제가 수시로 발표되고 단기 처방식으로 변경되다보니 집값이 이슈화 되고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불안심리가 팽배해졌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혼란은 대외적으로 우리경제가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도 아니고 대내적으로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려서도 아닌 정부가 졸속으로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벌어진 사태이다. 그 와중에 다주택자에 대한 공격이나 월세 논쟁과 같은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로 내내 시끌벅적하며 불안감만 상승하고 있다.


비록 투기수요에 의해 집값이 올랐다고 하여 결코 소득이 오른 것은 아니다. 내 집 한 채를 가진 실수요자는 내가 앞장서 집값을 올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작은 내 집 마련이라는 순서로 자신들의 꿈을 키워온 사람들이다. 내 노력으로 이제 어렵사리 집을 장만하였으나 손에 든 것은 별로 없는 어떻게 보면 ‘집이 전재산’인 그들에게 투기 근절 대책의 하나로 보유세를 중과한다면 억울해 할 수 밖에 없다.


투기수요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가격의 왜곡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이익을 벌 수 있는 곳을 막아야 한다. 이런 곳에 조세제도가 작동해야 한다. 시장원리로 형성되는 가격차등에는 규제 중심이 아니라 취득세의 중과 등을 활용해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어느 지역이든 도시기반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게 정비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의료기관을 분산하는 등 보편적 이익향유의 정책을 펴서 가격간극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단순히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로 보는 2분법적 해결방안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계속 엇박자만 내게 될 뿐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하여 전월세 신고제(전·월세 계약시 세입자가 30일이내 신고), 전월세 상한제(전·월세 계약만료로 재계약시 종전 임대료의 5% 이상 인상 못함), 계약갱신청구권(기존 2년의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 청구할 수 있도록 함)의 내용을 담은 임대차 3법을 시행했지만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전세값은 급등하는 등 전세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정책입안자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여야 함을 일깨워준다. 국내 1998만 가구 중 874만 가구는 집 없는 세입자로 이 중 40% 가까이 전셋집에 살고 있다. 그 중에는 대출과 전세를 끼고 집을 샀지만 정작 자신은 월세를 살며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진정 자가소유자, 임대인이라고 불이익을 줄 수 없으며, 월세가 좋다며 가르치려 해서도 안 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마저 적극 장려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제도(2017년 8·2대책)는 주택공급의 한 방편이었음에도 문제점을 고칠 생각은 않고 헌신짝처럼 버렸다. 중한 양도세 때문에 현재 부동산을 매각하면 다시는 지금 같은 자산을 살 수도 없고 단지 세금만 내는 꼴이라면 누가 부동산을 내어 놓겠는가.


양도세를 낮춰줘야 매물이 생기고 부동산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급책의 하나로 검토 중인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지자체나 지역에 따라서는 반대가 심하다. 공공임대주택이 곧 가지지 못한 자의 주택이라는 인식은 잘못이나,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하나로 아이들끼리 계급이 나눠지는 슬픈 현실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우선 정부는 기존의 생계급여자 등의 영구임대, 고령자 등의 국민임대, 다자녀가구 등의 장기전세,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의 행복주택에 ‘고급 공공임대’를 신설하여 일정한 소득수준이 되며 장차 임대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완화되는 용적률 분양 대상에 포함되도록 해 지역간 마찰을 줄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부동산투기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선량한 국민들의 투자심리가 위축 되서는 안 된다. 지금 시급한 것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책이다.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를 부여하고 대화해야 한다. 확실한 공급계획을 발표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을 사과하고 각개 전문가를 동원해 종합적으로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언제든 야당도 포함시켜 논의하되 필요하다면 기존 단독 처리법안도 재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글/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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