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의 갈등 속 韓 입장 확인 가능성
'전략적 모호성' 추구한 정부에 부담 우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방한한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가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중국이 한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협력 카드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지지를 청구서로 내밀 수 있어서다.
양 위원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일정을 마치고 부산에 도착한다. 양 위원은 이튿날인 22일 오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시 주석 연내 방한을 최우선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더불어 코로나19 대응 협력, 한반도 및 국제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양 위원의 방한으로 한중관계가 한층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한국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정부는 안보, 경제 측면에서 양국 모두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감안,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해 왔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 위원의 방한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업에 고강도 제재를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 위원은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에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회담 장소를 부산으로 요청한 것도 의제가 민감한 만큼 주목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외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중국 최고 외교관의 싱가포르와 한국 방문은 워싱턴과 지정학적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도 같은 날 중국이 한국과 한층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문재인 정권을 중국 측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우방인 중국에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관계와 별도로 방역, 철도 연결 등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북한에 남북협력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