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땡강 극보수 이참에 싹 도려내고 가야
갈대 같은 중도층 민심 잘만하면 곧 돌아온다
지난 주말 북미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코로나 재확산 관련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방역 선진국으로 워낙 유명해진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전이라 관심이 높다. 그런데 캐나다 공영방송 CBC나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재돌발(再突發) 발원지로 그냥 인구가 밀집된 서울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라거나 서울의 한 교회(A church in Seoul)라고 한 대목이 눈에 띈다.
한국의 다수 언론처럼 목사 전광훈이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어떻게든 부각시키려는 태도와 대조적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전광훈을 두둔하는 사람이 아니고 누구보다 먼저 야단친 사람이다. 사태를 종합적으로, 객관적으로 보려 하지 않고 특정 인물과 집단에게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 씌워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거나 공유해야 하는 이들이 가려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큰 사건이 날 때마다 한국 사회에서 주기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미성숙하고도 비과학적이며 정략적이기도 한 행태이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가까운 예로 코로나 초기대구에서의 특정 종교집단에 의한 집중 감염 사태와 중국인 미봉쇄 조치에 대해서도 그랬었다. 이런 시각과 태도는 또 정치적인 목적과도 연결돼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희생양(犧牲羊, 집단이나 가족에서 어려움이나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거나 비난받는 사람) 사냥으로 변질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양 진영이 서로 물어뜯는 유치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지난주 집권 세력은, 심지어 청와대까지도,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를 과녁 삼아 그 곳을 벌집으로 만드는 데 총력을 쏟았다. 그리고 당연히, 제1야당 보수 정당인 미래통합당의 과거 전광훈 아스팔트 반정부 데모 세력과의 제휴(?) 관계를 약점 삼아 그들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물론 전광훈은 이 시점에서 넘버 원 공적(公敵)이다. 그런 전광훈과 사전에 보다 더 강하고 확실하게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통합당에도 국정 운영 파트너인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객관적 증거를 무시해선 안 된다. 한국의 코로나 감염 재확산은 사랑제일교회뿐만이 아니고 전국의 교회들을 비롯한 공연, 여행 등 여러 종류의 집합 활동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통계가, 다른 곳도 아닌 보건 당국, 즉 현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훈과 통합당이 작금의 재확산 주범이고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식으로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 문재인은 분노하고 비난했다.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경고를 흘려들으면서 성급하게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소비 쿠폰을 나눠주면서까지 소비 집합 활동을 부채질한 것은 바로 정부인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코로나 재확산은 현 집권 세력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4.15 총선 전 상황(통합당과 보수 진영으로서는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속에 지휘탑에 서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듯한 지도자를 동정하고 응원하게 돼 있고, 그가 호소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불어 증오의 마음을 보내는 게 일반 민심이다.
통합당은 그러므로 이 태풍을 슬기롭게, 그러나 의연하게 맞고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그러면서 신속히 생각해야 한다. 일단 여론조사의 등락, 역전 재역전 같은 것들에는 일체의 관심을 끄도록 하라.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갈대와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중도충의 민심은 언제라도 떠나고 또 언제라도 돌아오게 돼 있다. 본질과 진정성에 충실하면서 잘만하면 그들은 곧 편이 된다.
이 시점에서 정말 절실한 것은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렬 보수우파 아스팔트 태극기 세력과 이번 기회에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합당은 일반 국민이 광화문에서 태극기 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애국심,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반감이, 태극기를 보는 그들 마음속에는 있는 것이다.
세월호 터부 발언(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 폭로의 적절성 여부가 중요하다)의 주인공 차명진이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사람으로 이번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했다는 민경욱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당협위윈장(지역구 원외위원장) 비슷한 신분이라면 하루 속히 정리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 집회 참석 후 경찰의 코로나 검사 요청에 고성 항의와 ‘국회의원 3번했어’라는 권위의식으로 지탄을 받은 전 경기도지사 김문수와도 이미 탈당은 했지만, 더욱 분명하게 일부러 선을 긋는 노력을 공개적으로 해야만 한다.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그들이 통합당 소속이거나 언제든지 재입당할 인사들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 읍참마속(泣斬馬謖, 제갈량이 명령을 어긴 마속의 목을 벤 것으로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킴)이라 한다. 그들이 비록 지난날에는 당내 투사들로서 큰 활약을 한 사람들이지만, 새 시대에는 맞지 않는 구태(舊態)를 고집하여 당의 이미지를 구기고 피해를 주고 있으므로 상대 진영에 주는 빌미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막말과 땡강은 본래 진보좌파의 전유물(專有物)이다. 보수우파는 언제나 점잖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그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正體性))에 맞고 그래야 다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그런 점에서 통합당 비대위원장인 ‘80노인’ 김종인이 지난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본부장인 55세 정은경에게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사진을 인상 깊게 보았다.
갑작스런 재확산 이유를 묻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자는 제안을 하러 간 제1야당 대표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은 친문(親文) 패거리들은 김종인의 인사법부터 배워야 할 일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