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2.0' 본격화…한일 양국 간 경제규제 단기변화 기대 힘들 듯
시장 충격 예상 외로 적으나 양국 간 쟁점 여전…"장기적 관계 개선 필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6일 아베 신조 총리 뒤를 이어 일본의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재임기간 동안 사상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평가를 받았던 아베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해부터 계속되어 온 양국 간 경제규제에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스가 신임 총리 내정자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를 두고 “버블 붕괴 후 최상의 상태까지 올라왔다”면서 “근본적으로 경제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던 큰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기존 아베노믹스를 '새 정권에서도 승계·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외신 등은 이를 ‘아베노믹스 2.0’이라고 표현했다.
‘아베노믹스’란 아베 총리가 2012년 집권 이후 가동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다. 정책 초기에는 기업심리가 살아나고 수출을 저해하던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내는 듯 했으나 이후 낮은 생산성과 급격한 인구고령화, 경직된 노동시장 등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이에 스가 내각이 집권하더라도 수출 및 현 경제·산업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교 분야와 관련해 향후 아베에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그의 발언 역시 이같은 전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등 이른바 ‘한일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피해기업에 차입금 만기 및 6조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고 소부장 국산화를 지원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에 대해 일본 정부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에 대해 '보조금 협정 위배'라며 딴지를 걸고 나선 바 있어 일본 조선업계가 순순히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현재 진행 중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충격은 당초 예상보다 적었지만 양국 간 무역전쟁 장기화는 결국 양국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간 (갈등) 상황이 1년 넘었는데 양국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만큼 빨리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양현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장 역시 "양국 간 관계가 장기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스가 내각이 변화를 꾀할 준비가 갖춰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변화는 힘들겠으나 경제적 관점에서는 양국 간 관계개선을 꾀하는 것이 기업과 경제적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