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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누구를 위하여 ‘KOC 분리’의 종을 울리나


입력 2020.10.10 07:00 수정 2020.10.10 09:0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문체부-대한체육회,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놓고 또 충돌 양상

시급한 현안 앞에서 거대 기관 분열에 애먼 체육인들 피해 우려

IOC 바흐 위원장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 대한체육회

또 시끄러운 종이 울린다. 잊을 만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를 놓고 요란하게 평행선을 질주한다.


지난 7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방침을 재확인시켰다. 박 장관은 “정부는 스포츠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신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분리 여부는 국가마다 환경이 다르다. KOC 분리는 IOC 헌장 위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쇼트트랙 성폭력 사건, 철인 3종 폭력 사건 등 근절되지 않는 스포츠계 폭력을 막으려면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를 통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는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분리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한다. 이어 “체육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대한체육회에서 KOC의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독선적”이라고 지적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정관 개정 문체부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IOC 위원직 박탈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문체부를 압박하는 일종의 승부수라는 관측도 있다.


IOC 위원직(겸직)을 유지하면서 대한체육회장 선거 재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재선에 나서는 이기흥 회장은 사직 처리된다. 따라서 한국에 배정된 IOC 위원 한 자리는 박탈 위기에 놓인다. ‘KOC 분리’ 갈등이 공존이 아닌 공멸의 길로 갈 것이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상의 페이지 한 장을 넘기면 미묘한 계산들이 깔려있다.


대한체육회와 KOC는 2009년 통합돼 체육회장이 KOC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KOC는 IOC에 속한 각 NOC의 일원으로 스포츠 외교 단체다.


정부 기관인 문체부는 예산을 지원하며 대한체육회를 감독하는 입장이지만, 체육회와 통합된 KOC가 IOC 산하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올림픽 헌장은 정치의 스포츠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위반하면 국제대회 출전 정지 및 자격 박탈 등의 징계를 받는다.


대한체육회에서 KOC를 분리시키면 IOC를 의식할 필요 없이 컨트롤 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장 등 정부가 원하는 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 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장관은 “분리 후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의 대한체육회나 KOC 모두 권한과 규모가 축소되면서 힘은 약화된다.


현 시점에서 KOC 분리 문제는 두 기관의 이익을 놓고 싸우는 갈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한 첫 걸음으로 KOC 분리를 꼽는 외부인들은 거의 없다. 분리가 만사형통의 길도 아니고, 현안을 해결할 근본적 처방도 아니다. 반발이 거센 가운데 서둘러 분리해야 할 명분이나 당위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산적한 현안에 적극 협력해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다. 분열의 파장은 애먼 체육인들에게 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성)폭력 사건 이후 브리핑 때 온갖 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지난 6월 한 여자 선수의 ‘SOS’를 듣고도 지켜주지 못한 두 거대 기관은 신뢰를 잃었다. 해당 현안에 대해 평가받을 만한 검토나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면서 논의해도 늦지 않은 것이 KOC 분리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나 진정으로 체육인들을 위해 이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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