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국민의힘과 거리 가까워지는 흐름
복당은 언젠가 '정해진 수순'이라지만…
당 안팎 '확장성 없다'는 인식 일신해야
JP 조언대로 '용장 아닌 덕장 할' 필요성
대권잠룡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친정' 국민의힘과의 정치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홍 의원이 금의환향할 때, 종래의 용장(勇將)에서 덕장(德將)의 면모로 바뀌어, 보는 이들이 눈을 비비고 바라보게끔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4·15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조속히 당에 돌아가 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호언했던 홍준표 의원의 '무소속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탈당계를 낸지 벌써 200일이 넘었다. "40일만 탈당하겠다"며 탈당 의지를 내비쳤을 때에는 예상치 못했던 흐름이다.
하지만 '친정'과의 정치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시작 전날인 지난 6일 "한팀이 돼 국민의 삶을 지켜나가자"며, 당 소속 전체 의원실에 치킨과 음료를 돌렸다. 이 간식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라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실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비록 무산됐지만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살 만행을 놓고 국민의힘이 추진했던 긴급현안질의에 '친정' 의원들과 함께 나서기로 하기도 했다.
당시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긴급현안질문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전 대표, 하태경 정보위 간사, 신원식 국방위원,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가 국민을 대신해 엄중한 질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3선 이상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원회관의 홍준표 의원실을 자주 찾고 있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 이후의 내년 전당대회 출마 등 당권을 염두에 둔 핵심 중진의원들이 홍 의원을 찾아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으로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는 홍준표 의원이 먼저 요청해 1대1로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잦다. 홍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많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소감은 엇갈린다. 한 초선 의원은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부담스런 느낌이었는데, 막상 뵈니까 소탈하고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많은 분 같더라"며 "굉장히 호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전했다.
반면 다른 초선 의원은 "당에 들어오시면 당이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대선에 나가 이기실 수 있을지가 불분명한데, 무조건 대선에 나가시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신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친정'과 정치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고, 언젠가 한몸이 되는 것은 모두가 예상하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하지만, 초선 의원들 사이에는 홍준표 의원이 '대권주자로서는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막연히 퍼져 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 중에서도 홍 의원을 적극적으로 '비토'하는 분들은 정말 일부"라면서도 "그분들이 '홍준표 대표는 국민적 판단이 끝난 분'이라고 말을 하는 것에 다른 분들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4일 이틀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4%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37%)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정권유지' 여론이 '정권교체' 여론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표의 결집력'보다는 '표의 확장성'이 있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
국민의힘 초선 중 홍준표 '적극 비토층'은 소수
"대권주자로 확장성 없다"는 인식은 널리 분포
지지 저조한 여성층 인식 개선할 방안 검토 속
캐릭터 바꿔 '덕장' 면모 드러내야 한단 조언도
홍준표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치르면서 탁월한 '표의 결집력'을 보여줬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내일신문이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4월 2일 설문한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8.3%에 불과했다. 문재인(33.7%) 후보는 물론 안철수(27.3%) 후보와도 격차가 컸다. 이대로 한 자릿수 득표를 하면 대선이 끝나고 당이 사라질 판국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한 달여 간의 짧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최대한 복구하고 결집해, 결국 대선 레이스를 2위로 끝냈다.
당시 대선캠프 관계자는 "득표율 15%를 못 넘겨 빌려준 돈을 떼일까봐 매일 아침마다 ○○은행에서 사람이 와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보고 갔다"라며 "지금까지 제1야당이 존속해 지난 총선을 치르고 남아있는 것에는 대선 때 지지층을 결집한 홍 의원의 공로가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을 존속시키려고 선봉에서 용장(勇將)처럼 용맹하게 싸운 홍준표 의원이었지만 그 대가는 컸다. '결집력'을 보여준 대신 '확장성'이 없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최일선에 서서 싸우다 뒤집어쓴 각종 오명들은 여성층에서의 지지율을 뚝 떨어뜨렸다.
앞서의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대선후보 선호도를 설문했을 때, 홍준표 의원은 남성 유권자에서 7%, 여성 유권자에서 3%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황교안 전 대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함께 보기에 들어간 다른 대권주자들은 모두 남녀 지지율 차이가 2%p 이내였다.
어느 한 조사에서만 감지되는 현상은 아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설문한 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남성이 9.4%인 반면 여성은 6.5%에 머물렀다. 여성층에서의 저조한 지지율은 홍 의원의 '확장성이 낮다'는 이미지에 일조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 측도 이같은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 측은 대중적 이미지를 일신하고, 여성층에 형성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활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재학 시절, 학교앞 ○○은행 안암동 지점에서 근무하던 배우자를 첫눈에 보고 반해 프로포즈한 뒤, 지금까지 44년간 항상 밖 어디에서든 배우자를 칭할 때 "내 각시"라고 부르며 각별히 생각하는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근본적인 캐릭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는 당을 존립시키기 위해서라도 용장(勇將) 역할을 하는 게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덕장(德將)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홍 의원의 '캐릭터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렷한 결실을 맺은 사례는 없다. 홍 의원 스스로 "지금 정치인 중에 내 내공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 박지원 (현 국정원장) 정도라면 모를까"라고 말했듯이, 본인에 대한 확신이 강한 탓이다.
작고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라면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JP는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이 찾아오자 "이제는 용장 말고 덕장을 하시라"고 거듭 당부를 했다. 홍 의원도 당시 JP의 당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가 유승민 대표에게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재승박덕(才勝薄德)하다'고 지적하지 않았었느냐"라며 "이제는 홍 대표 스스로가 좀 더 덕이 있는 모습, 모두를 아우르고 아주 품이 넓은 모습을 드러내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