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시점, 후임 대행 선임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연봉 보전 결정 놓고 '사실상 경질'에 무게 둔 성토 이어져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자진 사퇴를 둘러싸고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
8일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감독이 지난 7일 NC 다이노스전 패배 이후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가진 뒤 감독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8일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해 11월 키움 준우승을 이끈 뒤 사퇴한 장정석 전 감독에 이어 2년 계약을 맺고 지휘봉을 잡은 손혁 감독은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손 감독은 지난해 11월 2년 총 6억 원(계약금 2억원·연봉 2억원)에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감독 대행으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의 전략을 수립하던 ‘1985년생’ 김창현 코치가 선임됐다. 프로 선수 경험이나 지도자 경험이 없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이끌긴 했지만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어가기에는 역량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손혁 감독도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감독으로 선임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께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자진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야구 관계자들은 없다.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손혁 감독이 말한 성적과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둔 시점을 생각하면 자진 사퇴가 맞는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한다.
감독 부임 첫해 3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 중인 팀에서 감독 사퇴가 나온 것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다. 9월 들어 다소 주춤했지만 감독이 물러나야 할 성적은 결코 아니다. 키움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아쉬움은 안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중요한 시기에 감독을 교체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키움 구단이 자진 사퇴라고 주장하면서도 손혁 감독의 잔여 연봉은 보전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야구 관계자는 “평소 팀에 쏟은 열정을 보면, 손혁 감독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팀을 떠나는 행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경질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8일 중계 도중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도 “야구계에 잇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 하루다. 누군가는 야구 감독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그 감독을 해임시킨 사람이 감독을 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사퇴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와 결정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프런트와의 갈등설도 제기되고 있다. 구단 측은 “(프런트와의)갈등은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전부터 잡음이 있었던 키움 프런트의 과도한 경기 개입이 팀을 흔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손혁 감독의 사퇴가 치열한 순위경쟁에 한창인 키움 히어로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