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는 새로운 국악 스타를 배출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불세출, 정민아, AUIX, 고래야 등 많은 스타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퓨전국악밴드 경로이탈(기타 전무진, 피리·태평소 임정호, 보컬·판소리 김재우, 베이스 베이스치는개, 피아노 정다은, 드럼 장영구)이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당초 이들이 모인 건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참가를 위해서였다. 경로이탈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합주를 하다가 지난해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통음악에 담아 ‘우리만의 아리랑’을 만들어보고자 모였다”고 말했다.
경로이탈은 새로운 국악 창작곡을 개발해 국악공연예술의 저변확대와 국민들의 국악 창작음악 향유 기회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까.투.리’ ‘펑년가’(Funk년가) ‘오해야’ ‘팔자아라리’ 등이 수록된 앨범 ‘오늘은 경로이탈’을 발매하고 거리공연과 온라인 공연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많이 진행하지 못했지만, 연말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트로트의 민족’에 참여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또 다른 방법으로 대중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찾고 있습니다”
경로이탈은 이름 그대로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이들의 음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위트 있고 신선한 시도가 눈에 띈다. 앨범 수록곡을 살펴봐도 이런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한 남녀의 좌충우돌 연애사를 민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 스타일로 변주해 풀어냈다. 국악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고 쉽고 편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앨범이다.
“국악은 이전부터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이 있었습니다. 다만 대중이 국악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즐겨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저희가 하고 있는 곡 작업들도 국악으로 조금 더 재미있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일들이니까요. 사람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저희 음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이들은 늦게나마 국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대중음악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이유로 ‘흥’을 꼽았다. 또 국악을 베이스로 다른 장르의 음악과의 결합을 함에 있어서 ‘조화’는 필수 요소다. 경로이탈은 국악 전공자 2명과 실용음악 전공자 4명으로 이뤄진 밴드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트렌디함’을 곡에 입혔다.
“경로이탈의 경우는 오히려 다른 장르와의 조화와 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편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민요 기반의 말장난처럼 만든 곡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옹해야’를 ‘오해야’로, ‘군밤타령’을 ‘굿밤타령’으로 바꾸는 식이죠. 이런 작업을 하면서 민요의 가락은 가져가되 현대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음악적으로는 사람들이 익숙한 실용음악적인 요소에 국악을 녹여내면서 편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악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명 한류 아이돌이 국악을 음악에 녹여내면서 관심을 끌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퓨전국악밴드 등의 활약으로 우리 음악이 단순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음악 자체도 중요하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퍼포머의 역할도 중요하다. 경로이탈도 무대에서 형형색색의 슈트와 트레이닝을 입고 머리에는 전통 의상인 갓, 상모, 패랭이 모자, 고깔모자 등을 눌러쓴 채 몸을 흔든다.
“국악의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요.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노래의 가사 내용 보다는, 접해보지 못한 특유의 노랫가락과 한복이나 갓 등 의상적인 부분도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은 주로 가사로 즐거움을 드리는 부분이 많아서 해외까지 저희 음악이 널리 퍼지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로이탈은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장르적 지향점을 굳이 정해두지 않고 여러 음악을 포용하고자 한다. 이들은 “지금은 민요기반의 남녀의 사랑싸움에 대해 노래하지만, 앞으로는 민요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국악적 느낌을 섞어보고 싶다”면서 “더 많은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싶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