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1인 가구 617만…국민 100명 중 12명
자발적 선택 늘어…"은퇴 후 5억7000만원 필요"
국내 1인 가구가 6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생활을 자발적 의지로 시작하고 장기간 지속하려는 의향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화 성향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1인 가구는 은퇴를 위해 6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KB금융그룹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2017년 이후 네 번째 보고서로, 지난 8월 21일부터 약 3주 간 서울 및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5~59세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와 기타 통계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617만가구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국민 100명 중 12명이 1인 생활 중인 셈이다. 한국의 1인 가구는 향후 5년 간 매년 약 15만가구씩 증가하면서 인구 감소 시점 이후에도 전체 가구 수 증가를 이끌 것으로 관측됐다.
2047년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1인 가구 또한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며, 독신 만혼 경향의 심화와 함께 이혼이 증가하면서 1인 생활을 하는 경우 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 여성의 1인가구가 가장 많으나, 최근 20년간의 1인 가구 증가는 경제활동 연령대 남성이 주도했다. 2010년대에는 남녀 모두 30·40대보다 20대 이하의 1인 가구 신규 진입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직장이나 학교 등 비자발적 계기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는 자발적으로 1인 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1인 생활 지속 의향도 지난해에 비해 확대됐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1인 생활을 장기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인 가구 생활 경험이 길수록 향후에도 1인 생활이 장기간 지속되리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짙었다.
1인 가구의 결혼 의향은 전년에 비해 하락했는데, 특히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하락폭이 컸다. 1인 생활에 대해 약 60%가 만족감을 표시했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의 만족도가 높으며, 전체적인 만족도는 주거 만족도가 크게 좌우했다. 1인가구는 시간적 여유를 통해 다양한 여가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단체 활동 참가자는 많지 않은 편이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인 가구의 여가생활에서 실외 활동이 크게 줄어들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로 바뀌면서, 사회적 관계지향 활동 또한 감소해 1인 가구의 개인화 성향은 더욱 심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코로나19 이후 일과 후 바로 귀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음주나 대중 이용시설 방문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상당수가 집 근처에서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는 평균 62세에 은퇴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성은 남성보다 약 2.3년 빠른 은퇴를 예상했다. 1인 가구는 은퇴를 위해 약 5억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22.3%를 준비했다고 응답한 반면 준비자금이 없다는 응답자도 16%에 달했다. 1인가구는 은퇴 대비를 위해 매월 123만원의 투자·저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 투자·저축액은 약 74만원으로 60% 정도만 준비하고 있었다.
다인 가구에 비해 연말정산 공제 항목이 적은 1인 가구의 다수는 연금저축이나 IRP 등으로 공제 혜택을 받으며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결혼 미의향 1인가구의 경우 향후 재산을 상속보다는 쓰고 싶은 곳에 최대한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외에 구체적인 재산처리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KB금융 관계자는 "1인 가구의 행복한 삶과 금융생활을 위해,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제공과 동시에 1인 가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