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선수 생활 기간 굵직한 족적 남겨
뚜렷하지 않은 소속팀, 은퇴식 어려울 듯
자타공인 KBO리그 역대 최고의 2루수로 손꼽히는 정근우(38)가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LG 트윈스는 8일 “정근우가 16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정근우는 준플레이오프서 탈락한 뒤 자신의 은퇴 여부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근우는 KBO리그 2루수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전설’이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지명돼 SK 유니폼을 입었던 정근우는 이듬해인 2006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유격수를 거쳐 2008년부터 2루에 안착해 전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프로 통산 1747경기 출장한 정근우는 2루수임에도 불구하고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라는 굵직한 성적을 남겼다. 또한 통산 세 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SK 왕조의 핵심멤버로서 우승도 3번이나 경험했다.
2014년 FA 자격을 획득한 정근우는 4년간 7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며 한화로 이적했고,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자신의 전성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정근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하며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근우라는 이름값을 감안할 때 다소 초라한 은퇴 수순을 밟았다는 점이다.
정근우는 KBO리그 2루수 역사를 논할 때 경쟁할 후보군조차 없다는 선수로 평가된다. 당연히 2루수 부문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에서 역대 1위에 올라있고, 그가 적립한 50.51의 WAR는 역대 2위인 김성래(35.62)와도 제법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체 선수들 중에서도 정근우의 누적 기록은 압도적이다. 그의 WAR 수치는 통산 28위에 올라있으나 센터 라인 내야수(2루수, 유격수)들 중에서는 가장 높으며, 유격수 역대 1위인 유지현(39.65)과도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만하면 한 팀에서 영구결번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이며 성대한 은퇴식은 물론 은퇴 투어까지 고려할 만한 선수가 바로 정근우다.
하지만 은퇴 선언이 갑작스레 이뤄짐에 따라 아쉽게도 올해 안에는 그의 업적을 기릴 시간 마련이 어려울 전망이다.
소속팀이 모호했다는 점 역시 아쉽다. 정근우는 16년 현역 생활 중 절반이 넘는 9년을 SK에서 보냈고 이곳에서 전성기 기량을 발휘했다. 또한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최정, 김광현과 함께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정근우는 FA 자격 획득 후 SK와 결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SK 팬들이 큰 실망을 하고 말았다.
한화에서 마지막 여운을 남기기에도 부족한 면이 있다. 정근우는 한화에서의 6년간 훌륭한 FA로서 성적을 남겼으나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 한화는 역대급 선수단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 1년 전 떠난 정근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한국 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의 씁쓸한 은퇴 선언에 야구팬들의 아쉬움도 커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