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기위축 장기화 속 부동산 시장 과열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도…“2022년 금리 인상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되면서 경기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0.50% 수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올해 초 연 1.25%이던 기준금리를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0%로 끌어내렸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은의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현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밝힌데다 연준도 제로금리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요인이다.
앞서 연준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0.00~0.25%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계속 회복되고 있지만 연초 수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가 일정기간 2%를 웃도는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이 목표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과 해외의 코로나19 발병 증가가 우려스럽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중기적으로 경제전망에 상당한 리스크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고용과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dot plot)를 보면 내년에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점도표는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특정 시기의 금리 수준을 무기명으로 적은 표로, 지난 9월 FOMC 회의 후 공개된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올해 말과 내년 말, 2022년 말 모두 0.1%를 기록했다. 2022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유출이나 유동성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닿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우려된다.
여기에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거품(버블) 논란이 여전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0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6000억원 증가한 95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9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8월 증가세(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6조7000억원 증가한 702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4조8000억원의 증가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9월 증가세는 2배 늘어난 셈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미국 상원의원 선거가 끝나지 않아 미국의 정책 방향이 불명확하다”며 “현재 우세를 보이고 있는 공화당 상원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해 법인세 등 세금 인상이 어렵고 대규모 재정정책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사실 변화될 만한 부분이 크게 없다”며 “미국과는 무관하게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한은이 내년에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 3분기부터 국내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내년 3분기쯤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2년 정도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회복세 미약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